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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êtr Aleksänder - Collage (Moderna, 2021)

영국 바이올린/첼로 Tom Hobden과 피아노/신서사이저 Eliot James로 이루어진 듀오 Pêtr Aleksänder의 앨범. PA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 전 이들 두 뮤지션이 함께 발표한 Present: Roam (2017)은 기존까지 군소 제작 규모를 지닌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 환경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한 서사적 내러티브를 선보임으로써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후 이들은 PA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게 되는데 영화 음악이나 여러 편의 리메이크 작업과 더불어 Closer, Still (2019)을 통해 듀오의 이름으로 된 첫 타이틀을 발매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Ride의 3집 This Is Not a Safe Place (2019) 전체를 재구성한 Clouds in the Mirror (2020)를 발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이들은 여러 편의 싱글과 EP 등을 통해 듀오의 음악적 스타일과 구성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과 동시에 그 양식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사고도 개방하게 되는데, 이번 작업은 바비첼로 이루어진 다섯 명의 현악 뮤지션을 참여시켜 PA라는 공간을 일종의 유연한 음악적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이번 앨범은 PA가 지닌 유연한 확장성을 보여주지만, 그 음악적인 내용에서는 엄밀한 실내악적 규범을 강조하고 있다. 실내악과의 녹음은 라인, 카운터, 하모니 등의 고전적인 접근을 활용한다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기존 PA의 사운드에 다양한 현악의 텍스쳐로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디테일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얼핏 생각하면 기존 PA와 체임버의 공간을 전경과 배경의 위치에 배열하여 단순화된 구성 속에서 합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이번 앨범은 최대한 둘의 관계를 평면 공간의 동일한 콘텍스트 속에서 존재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도록 사고한 흔적이 강하다. 이를 위해 곡의 구성에 따라 PA와 현악기를 각각 독립된 진행 속에 배열하는가 하면 전체적인 하모니 속에서 서로가 이질적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고심했다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때문에 안정과 균형을 통해 구현된 사운드는 차분하고 평온하여 PA가 종종 선보였던 서정적인 감성에 많은 무게를 기울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멜로디는 물론 진행에서 개별 사운드가 활용되는 방식에서 다분히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후의 작업을 통해 PA가 지닌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줄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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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m Hobden & Eliot James - Present: Roam (Village Gree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