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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D Trio - Just Awake (AMP, 2022)

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드럼 Pauls Pokratnieks, 피아노/키보드 Antti Lähdesmäki, 베이스 Daniel Andersson로 이루어진 PAD Trio의 앨범. 각각의 멤버들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지만 이번 앨범을 녹음하기 전까지는 서로 음악적 특별한 음악적 접점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재즈 신에 복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각자의 음악적 스타일에서는 조금은 다른 편차를 보여줬는데, PAD는 세 뮤지션들의 각자 다른 음악적 경험과 그에 따른 양식을 통합하는 흥미로운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우연한 기회에 함께 자리하게 된 세 멤버는 이번 작업을 하기 전까지 한 번도 같이 연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스튜디오에서의 녹음은 지금까지 각자의 스타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접근과 스타일을 담고 있다. 안티는 피아노와 함께 팬더 로즈를 이용해 이전의 경쾌하고 펑키한 스타일과는 다른 애소테릭 한 표현을 연출하고 있고, 다니엘의 베이스는 악기의 다양한 표현을 활용해 때로는 마치 전자 기타와도 같은 퍼지 한 사운드를 이용해 비의적인 공간을 그려내는가 하면 곡에 따라서는 현악기와 유사한 활용을 보여주기도 하며, 폴즈의 드럼은 리듬보다는 퍼커시브 한 타악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찌 보면 각자의 표현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트리오로 완성된 음악적 표현은 마치 이들 각자가 평소 내면에 간직했던 직관과 자율적 표출에 대한 열망을 PAD의 공간 속에서 집단적 합을 통해 드러낸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개별적 공간의 자율성은 확장된 방식으로 개방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공통의 음악적 합에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직관적 개입은 능동성을 넘어서 마치 본능에 따르는 듯한 적극성을 보여준다. 개별적인 음악적 모티브에 따라 여러 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있지만, 연속적인 일련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녹음 자체가 집단 창작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작곡과 세션이 통합을 이루며 곡을 완성하는 진행은 강한 몰입을 자극하는 매력을 지닌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양한 음악적 양식의 변화는 상당히 극적이다. 집단적 임프로바이징이 활성화된 공간이 안정을 이루면 어느 순간 전통적인 트리오의 형상을 보이다가, 이는 다시 실험적인 재즈-록의 표현으로 전개되는가 싶은 순간 고요한 앰비언스를 배경으로 낭만적 서사가 개입하는 등, 쉽게 예측하기 힘든 음악적 변화무쌍함이 40여 분간 이어진다. 자율성과 직관에 의존하는 듯한 이와 같은 집단화된 표현이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즉흥적인 방식으로 체계화되고 구조적 온전함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그만큼 상호 인과성에 의존하는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이러한 대목이 PAD의 연주를 더욱 강한 몰입으로 이끄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이보다 더 강력한 음악적 규합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앨범이다.

 

202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