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aier Valcic Quartet - Cinema Scenes (ACT, 2018)


오스트라아 출신 아코디언 및 반도네온 연주자 Klaus Paier와 비엔나에서 활동 중인 크로아티아 출신 첼리스트 Asja Valcic의 쿼텟 신보. 클라우스는 1990년대 말부터 재즈의 형식 내에서 아코디언의 사운드를 탐색하고 그 경계를 확장하고자 다양한 음악적 실천들을 진행한다.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애샤는 radio.string.quartet 등을 비롯하여 고전적 형식을 통해 재즈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언어를 활용하는 방식들을 탐구한다. 이들 두 뮤지션이 만나 À Deux (2009)를 발표하는데, 재즈 외부에서 이루어진 장르적 결합을 통해 그 내부의 언어적 표현과 정의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했던 이들의 음악적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무척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이후 Silk Road (2013)와 Timeless Suite (2015)로 듀엣 활동은 이어졌고, 이제는 그 포맷의 틀을 확대해서 쿼텟에 이르게 된다. 이 앨범은 Stefan Gfrerrer (b)와 Roman Werni (ds, perc)를 참여시켜 쿼텟으로 녹음한 첫 작업이다. 음악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기존 듀엣 작업에서 행했던 작업들의 연속선상에서 봐도 무방할 만큼 유사하며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때문에 단순히 형식적으로 기존 듀엣에 베이스와 드럼을 더해 포맷을 확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듀엣 사이에서 이루어진 인터액티브가 보다 입체적인 형상을 이루게 되고 확장된 공간이 형성하는 새로운 형식의 밀도감은 전에 없던 음악적 텐션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음악에서는 예전 듀엣과 큰 차이는 없을지라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새로운 접근들이 가능해졌으며 결과적으로는 쿼텟만의 고유한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 또한 개방하고 있다. 기존 듀엣 구성에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듯한 묘사적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면 쿼텟의 형식에서는 보다 큰 스케일의 캔버스에 내러티브적인 요소들까지 담아낼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부작으로 구성된 12분 남짓한 길이의 "Cinema Scenes"는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낸 상징적인 곡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201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