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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olo Fresu Devil Quartet - Carpe Diem (Tǔk Music, 2018)


이탈리아의 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수의 데블 쿼텟 신보. 프레수는 어느 특정한 편성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구성의 활동을 선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퀸텟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많은 수의 녹음을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데블 쿼텟은 그가 선보였던 다양한 형식의 편성 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예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Bebo Ferra (g), Paolino Dalla Porta (b), Stefano Bagnoli (ds)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뮤지션들로 구성된 데블 쿼텟은 Jazz Italiano Live (2006) 시리즈의 일부로 처음 소개된 이후, 멤버의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간헐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데블 쿼텟 이름을 처음 사용한 Stanley Music! (2007)과 프레수 자신의 레이블에서 발매한 Desertico (2013)에 이은 네 번째 타이틀이다. 데블 쿼텟의 아이덴티티는 기타리스트 페라가 구성하는 일렉 사운드와 그 효과를 활용한 연주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전작에서는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레수가 직접 멀티 이펙터까지 이용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그 모든 기존의 관행들을 버리고 어쿠스틱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펫과 기타의 두 공간의 관계에서 상호 구성하는 조화와 긴장이 부각되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신경질적으로 들릴 수 있는 프레수의 뮤트된 트럼펫을 페라의 기타가 카운터에서 적극적인 하모니와 대위를 구성함으로써 안정감과 텐션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다소 오소독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통적인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개별 뮤지션들의 표현 역시 감각적인 면모보다는 고전적인 어법에 의존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데블 쿼텟에 고유한 이탈리안 특유의 낭만적 감성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오히려 전통적인 표현 속에서 이러한 감성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게 되는 프레수 특유의 멜랑콜리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도 기존 데블 쿼텟의 몽환적인 느낌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2018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