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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scal Schumacher - LUNA (Neue Meister, 2022)

룩셈부르크 비브라폰 연주자 겸 작곡가 Pascal Schumacher의 앨범. 대학과 음악원에서 클래식 타악기와 비브라폰을 전공한 파스칼은 2000년 중반 뮤지션으로 데뷔하여 재즈에 중점을 둔 활동을 펼쳤고, 자신의 밴드를 포함해 여러 녹음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ÜberBach (2016)와 같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클래식과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표현 속에 자신의 연주를 녹아내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파스칼의 음악적 관심은 작곡에도 반영되어 재즈는 물론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을 위한 작품도 선보이며 여러 종류의 기악적 표현을 아우르는 재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그의 음악적 관심이 연주와 함께 집약적으로 표현된 예가 솔로 작업인 SOL (2020)로, 타악적 울림이 공명 속에 비브라토로 전해지며 공간을 채우는 긴 서스테인과 미니멀한 라인으로 구성된 나른한 사색은 섬세한 음악가적 면모를 드러내는 인상적인 작업으로 기억된다. 이번 앨범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전 솔로와 대당을 이루는 작품으로, ‘낮’과 ‘밤’이라는 대비적 표현과 자연스러운 연관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작품의 의도에서는 분명한 관련이 존재하지만 그 구성에서는 명확한 온도 차이가 존재하며, 연주의 구성에서도 앙상블과의 협연을 통한 재현이라는 차별점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그 작업에 Echo Collective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 큰 기대를 갖게 했으며, 앙상블이 지금까지 보여준 음악적 기여를 떠올려 본다면 이번 작업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는 조합은 찾기 힘들 듯하다. 이번 작업에서 파스칼은 전에 비해 더 더 세심한 작곡을 통해 EC의 공간을 배열한다. ‘밤’이라는 정서적 이미지를 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음악적 요소를 배열하여 마치 어둠 속에서 산란하는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포착하는가 하면, 어둠의 균형점에서도 끊임없이 동요하는 작은 빛의 움직임을 현악기의 다양한 주법들을 대질시켜 표현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 전작과 달리 파스칼의 비브라폰이나 마림바는 주인공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신서사이저와 현악이 연출하는 고유한 질감과 다양한 레이어가 일관된 정서적 흐름을 지속하며 균형점을 잡을 수 있는 무게추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작과 이번 작업은 ‘낮’과 ‘밤’이라는 명확한 대조를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연속적인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훌륭한 연작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