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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trick Shiroishi - I Shouldn't Have to Worry When My Parents Go Outside (self-released, 2021)

일본계 미국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Patrick Shiroishi의 앨범. 색소폰 연주자이면서 독특하게 앰비언트나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과거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출신이라는 이력과 더불어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먼트 플레이어로도 유명하다. 이번 앨범은 그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폭력 사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차별은 불안정한 사회 시스템을 반영하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현실의 불만으로부터 대중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조장되는 비열한 정치 행위의 일부다. 차별 구조를 보면 그 사회의 불평등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는 차별을 행하는 그 집단은 어느 누군가로부터 차별을 당하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정작 불평등 시스템을 만든 그 소수는 겉보기에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들이 행하는 차별은 누구와의 대면도 필요치 않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앨범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겪었던 폭력과 불평등에 대한 감정을 담고 있다. 특히 그 폭력이 여성, 노인 등 저항할 힘이 부족한 아시아계 약자에 집중된다는 점은 패트릭을 더욱 화나게 만든 듯하다. 하지만 패트릭은 그 감정을 고르고 묻으며 차분하지만 엄중한 톤의 사운드로 다루고 있다.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음악적 표현 속에는 현재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슬픔이 깃들여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도시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주변 소음들을 활용해 '걱정 없는 부모의 외출'에 대한 염원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러한 필드 리코딩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며 단순한 효과가 아닌 음악 그 자체를 이루고 있다. 도시의 일상 위에 다양한 사운드의 레이어를 중첩해 불안과 희망의 감정을 교차시키고 있다. 앨범의 수익금은 차별적 폭력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그 가족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한다.

 

20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