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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ul Bley – Play Blue: Oslo Concert (ECM, 2014)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의 ECM 신보. 올해로 만82세인 블레이옹에 대해 부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짓거리겠지만, ECM과의 관계만 잠시 언급한다면 레이블의 1000번대 초창기 카탈로그 넘버와 가장 최근 번호에 걸쳐 자신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이 앨범은 2008년, 레코딩 엔지니어 콩쇽과 프로듀셔 겸 사장인 아이어가 기획한 Oslo Jazz Festival에서의 솔로 실황을 담고 있다. 폭풍치듯 몰아치던 초기의 과감한 표현들과는 달리 세월과 연륜은 추상적 표현 속에서도 감정과 묘사를 이끌어내는 디테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난해한 미학의 상징과 기호들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언어는 결코 일상적인 것이 아니고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개념들을 구성하고 있다. 점묘하는 듯한 빠른 타건은 마치 해체를 이끌어가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된 결과를 보면 세밀함을 구성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곡의 윤곽을 이끌어가는 속도의 완급, 강주와 약주가 공존하는 긴장, 짦은 소절 내에서도 자연스럽게 순환하듯 롤링하는 조성의 변화 등 기교적 표현 면에서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비교적 귀에 익은 롤린스의 “Pent-Up House”를 재구성하는 그의 방식을 보면, 앞 선 자신의 4개의 곡에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가 보다 명확하게 들어난다. 앨범 전체의 훌륭한 코다이자 명료한 에필로그이기도 하다. 사소한 타건의 실수들이 아쉽긴 하지만 앨범 전체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전혀 문제될 것은 아니다.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