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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ykuna - Raíces (QFTF, 2017)


볼리비아계 스위스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Demian Coca가 리드하는 7인조 밴드 페이쿠나의 첫 앨범. 데이안은 최근 몇 년 동안 Kinsa 트리오를 활동의 주력으로 삼으며 미국의 음악적 전통과 볼리비아의 민속 음악을 결합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트리오와는 전혀 별개의 새로운 구성원들로 확대된 형태의 포맷으로 녹음된 이번 페이쿠나 앨범은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보다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다. Antoine Humberset (flut), Benjamin Knecht (as, cl), Nicolas Gurtner (ts, bcl), Balthasar Hürner (g), Marius Meier (b), Adrian Böckli (ds) 등의 멤버 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관악의 영역을 넓힘으로써 민속 음악적인 테마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재즈의 전통적인 어법을 활용하려는 데미안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앨범 안에는 다양한 스타일과 양식들이 묘하게 공존을 이루고 있다. 트레디셔널한 유니즌 프레이즈로 매스 블로잉을 펼치며 전개되던 주제부에 이어 갑자기 모던한 양식의 트리오 포맷으로 피아노 솔로가 진행되는가 하면 또 어느 순간에는 3-7-9도의 화음 구성으로 집단적인 악절 진행을 선보이기도 한다. 팀 표현의 다양성과 유기성을 강조하기 위한 편곡 전략일 수도 있고, 전통적 양식의 현대적 활용을 통해 민속 음악적 테마와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다층의 레이어 작업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도가 무엇이든 자칫 촘촘하게 제한될 수 있는 공간 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데미안은 그 안에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언어적 가능성을 개방함으로써 색다른 의외성과 더불어 활력 넘치는 생동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데미안은 볼리비아 민속 음악과 재즈의 경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그 접점에서 구사 가능한 다양한 음악적 언어들을 활용함으로써 표현의 다채로움 또한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러한 접합의 수많은 시도들이 존재했음에도 천편일률적인 답습에서 벗어나 나름의 색다른 느낌을 제공하게 된다. 기존의 익숙함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 준 뮤지션의 노력이 담긴 앨범이다.

201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