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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nguin Cafe - The Imperfect Sea (Erased Tapes, 2017)

 

Arthur Jeffes를 주축으로 활동 중인 영국 그룹 펭귄 카페의 통산 세 번째 앨범. 이번 앨범은 펭귄 카페는 물론 아더 제퍼스의 아버지 Simon Jeffes의 Penguin Cafe Orchestra의 앨범들을 발매했던 Editions Penguin Cafe 레이블이 아닌  Erased Tapes에서 발매된다고 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97년 사이먼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PCO가 해산된 이후, 2009년 대학에서 활동했던 십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펭귄 카페를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PCO의 음악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 동시에 PC 자신들만의 음악적 독창성을 사고해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앨범은  자신만의 음악적 지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예전의 두 앨범들과는 확실한 차이를 두고 있다. 장르 복합적 시도와 관련한 기계적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탈 장르적 특징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예전처럼 다양한 음악 장르의 요소들은 존재하지만 그 특징들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민속음악, 클래식,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 등의 다양한 요소들은 상호간의 유기성을 바탕으로 PC만의 단일한 음악 언어로 표현된다. 그래서 얻게된 명료함이라는 효과는 이전 자신들의 앨범들을 포함해 PCO와의 차이로도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전통적인 기악 연주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특히 전자 음악의 태동을 이끌었던 Kraftwerk의 오리지널을 전자 악기나 효과를 이용하지 않고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구성한 "Franz Schubert", 하우스 테크노 그룹 Simian Mobile Disco의 "Wheels Within Wheels"를 전통적인 기악 연주로 원곡의 분위기를 재현한 곡들이 눈에 띈다. 물론 PCO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Cantorum"이나 장르 복합적 특징을 드러낸 "Ricercar" 등과 같이 익숙한 곡은 물론, 자신들의 새로운 음악적 지형을 예고하는 듯한 "Protection"이나 현재의 음악적 고민을 반영한 듯한 솔로 연주곡 "Now Nothing (Rock Music)" 등도 인상적이다. 사소한 이야기지만 예전에 비해 확연하게 넓어진 사운드 레인지가 주는 음향의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다. 뮤지션과 레이블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적 동맹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2017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