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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ter Cavallo - Not in Words (Humanity, 2018)


오스트레일리아 작곡가 피터 카발로의 신보. 카발로의 데뷔작이자 전작인 Human Frailty (2017)는 작년에 발매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반들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들었던 작업 중 하나로 기억한다. 그전부터 영상 음악 분야의 작업과 개인 단편들만으로 이미 강한 존재감을 부각했다면 그의 데뷔작은 뮤지션은 물론 디렉터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의 연속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기존의 음악적 콘텐츠와 연관성이 깊다. 부분적으로 조심스러운 확장을 시도하는 대목도 존재하지만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기본으로 바-비-첼의 현악 구성을 전개하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개별 악기들 사이에서 구성할 수 있는 관계를 보다 다양하게 개방하고 있다. 때문에 단순한 피아노와 현악기들 사이의 대칭적 관계에서 벗어나 개별 악기들과의 조화와 긴장의 계기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연주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특히 바이올린의 솔로 공간을 개방하거나 개별 악기들의 배열을 마치 레이어의 조합처럼 구성하는 방식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 전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개별 곡에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앞에서 규모의 조심스러운 확장이라고 표현했던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기타와 같은 현악기가 잠시 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실내악의 규모보다 더 볼륨감 있는 스트링 스테이지를 펼침으로써 극적인 넓은 사운드 스케이프를 연출하기도 한다. 소소한 디테일에 주목하면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측면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앨범 전체의 이미지를 본다면 오히려 연속성이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개별 악기들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며 음악적 서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은 전작을 포함한 카발로의 작업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며 이번 앨범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대목이다. 애잔한 감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 카발로는 고전적인 문법으로 현대적인 서술을 완성하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2018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