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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hilip Weyand - Myosotis (Unit, 2022)

독일 피아니스트 Philip Weyand의 앨범. 1997년생인 필립은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했고 이후 재즈 교육을 받았으며, 현지의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친구들인 색소폰 Kristina Shamgunova, 베이스 Nico Klöffer, 드럼 Micha Jesske 등과 함께 쿼텟으로 녹음하고 있어 이전에 녹음한 미니 앨범 Placido Sessions (2021)와 같은 라인-업이다. 앨범은 필립의 타이틀로 완성되었지만, 쿼텟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개별 공간의 자율적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어, 각 멤버들의 창의적 표현과 인터플레이를 종합한 연주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개별 솔로의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나름의 유연한 규범을 적용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는 개별 곡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양식의 활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고, 한정된 공간을 능동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가 전개될 가능성을 개방하는 것이기도 하다. 덕분에 앨범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포함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포스트-밥의 특징을 보여주는 나름의 형식적 완결성을 지닌 곡이나, 스타일리시 한 분위기의 여유로운 템포의 발라드 스타일은 물론, 자율적 즉흥의 모티브를 집단화한 연주에서부터 체계화된 공간 안에서 솔로의 진행을 개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보면 필립과 쿼텟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특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독특하게도 그 분위기는 일정한 톤과 온도에 의해 강제되는 듯한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들에게서 주목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일련의 지속적 긴장을 보여주는 듯한 내적인 긴장인데, 이는 단지 쿼텟의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양식과 진행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음악적 내밀함을 드러내는 유니크 한 지점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쿼텟의 인터플레이 방식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데, 기능적이고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다분히 시니컬한 느낌처럼 전달될 수 있을지라도 절제된 표현을 통해 근본적인 핵심에 접근하려는 듯한 상호 작용은 쿼텟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요소이기도하다. 다분히 냉소적이면서도 때로는 냉담한 느낌까지 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이루고 있는 솔리드 한 사운드의 응집은 그 자체로 독특한 긴장을 경험하게 하며, 여기에 인상적인 멜로디가 더해지고 있어 쿼텟 특유의 독특한 멜랑콜리를 완성한다. 여기에 독특한 애수를 자극하고 있어 매력적으로 전해지는 앨범이다.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