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색소폰 및 클라리넷 연주자 겸 작곡가 Philippe Côté의 앨범. 필립의 음악 경력은 활동 기간만큼이나 참으로 다채롭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로 재즈와 클래식의 언어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Orchestre national de jazz de Montr al, Winnipeg Jazz Orchestra, Ensemble Paramirabo 등을 위한 여러 편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이며 주로 현대 작곡의 포지션에서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구체화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피아니스트 Marc Copland와 바비첼 구성의 현악 4중주 Quatuor Saguenay와의 협업을 펼치게 된다. 이번 녹음이 실내악 편성 안에서 자신의 표현을 체계화한다는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필립 자신이 작곡가 겸 임프로바이저로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두 앨범은 각각 필립의 앨범 Lungta (2016)에 수록된 “La Fleur Et La Roche”와 마크의 트리오 녹음 Night Whispers: New York Trio Recordings, Vol. 3 (2009)에 포함된 “The Bell Tolls”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각각 ‘재고’ 혹은 ‘재해석’과 ‘변주’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추상화에 가까운 해체를 통해 일련의 모티브를 축약하고 이를 새로운 작곡에 반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원곡과는 상당한 거리를 체감하게 된다. 새롭게 이루어진 작곡 또한 편곡에 의해 어떠한 방식의 연주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곡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오리지널과의 거리는 물론 각각의 트랙마다 보여주는 개별적 특징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체적으로는 작곡의 특성을 우위에 둔 실내악적 엄밀함이 강조되고 있으면서도 즉흥적인 모티브에 대해 유연함을 보장하는 공간을 개방하고 있어 두 명의 임프로바이저가 음악적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도 여유 있게 드러나고 있다. 필립이나 마크의 임프로바이징 자체가 미니멀 한 축약을 통해 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평소 접근과 이질감은 전혀 없이 새로운 작곡과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원곡을 해체하며 구성된 일련의 작곡 자체가 미니멀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즉흥적 공간을 위한 훌륭한 모티브로 작용하기도 한다. Fleur Revisited의 경우 개별 곡들은 표제적인 성격을 부각하며 일련의 이야기 흐름을 구성하는 방식이라면, Bell Tolls Variations은 원곡의 요소적 특징들을 축약해 이를 재구성한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두 앨범을 함께 들어본다면 이와 같은 차이보다는 이들 작업이 보여준 실험적 서정에 더 귀 기울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20220101
related with Marc Cop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