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hilippe Laloy – Kind of Pink: Another Side of Pink Floyd (Home, 2013)


브뤼셀 출신의 색소폰/플루트 연주자 필리페 라로이의 앨범. 이미 제목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듯이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적 앨범들인 Another Brik in the WallDark Side of the Moon을 커버하고 있다. 재미 있는 점은 핑플의 웅장하고 정교한 집합적 사운드를 라로이는 Manu Baily (기타), Arne Van Dongen (베이스) 등과 트리오라는 아주 기본적인 포멧으로 연주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에 대한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앨범이다. 세 명의 연주 실력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핑플 음악이 지닌 넓은 공간과 그 틈을 섬세하게 메우는 사운드 효과들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들이 취한 전략은 우리에게 익숙한 핑플 대표적 곡들의 주제에 집중하고 이 테마에 포함된 코드나 라인을 활용해 자신들의 임프로바이징으로 연주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연주자들은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그냥 느낌 그대로 표현한다면 자기 할 일만 하는 소극적 연주로 일관하는 듯 하다. 이와 같은 유기성의 부족은 긴장감을 풀어버리고 뇌에 산소 부족을 유발하여 빈번한 하품을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의외성이 없는 예측 가능함이 이들 연주가 들려주는 미덕 일 수도 있겠다. 사실 핑플의 오리지널들이라 이들이 느꼈을 음악적 부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과 재구성의 시도들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일단 이 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기대는 조금 빗겨나간 듯 보인다. AC/DC의 곡들에 대해 Jens Thomas가 보여준 태도와 많이 비교되는 앨범이다. 물론 “Brain Damage”나 “Is There Anybody Out There?”와 같은 안정적이면서도 분위기 잘 연출한 곡들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짬밥과 연륜 그리고 타고난 똘기가 아쉽다.


201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