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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ierrick Pédron – Kubic’s Cure (ACT, 2014)

프랑스 출신 알토 연주자 피에릭 페롱의 2014년 신보. 2년 전 몽크의 곡들을 커버한 앨범을 발표했던 페롱이 이번에는 락그룹 더 큐어의 오리지널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와 같은 도발을 위한 라인업은 전작에 참여했던 베이스 주자 Thomas Bramerie와 드러머 Franck Agulhon으로 동일하다. 몽크 때와는 달리 이와 같은 소규모 편성의 밴드로 더 큐어의 곡들을 재구성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예상할 수 있다. 포스트-펑크, 뉴-웨이브, 고딕 등 35년이 넘는 큐어의 역사 만큼이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포괄하면서, 페롱 자신의 음악적 재해석을 단일한 언어와 표현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페롱은 큐어의 80년대 초중반의 음악들, 그것도 비교적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에 집중하는 현명함을 선택한다. 비교적 난해한 대상을 앞에 두고 나름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로버트 스미스의 기타와 보컬을 색소폰으로 어떻게 재현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페롱 자신의 음악적 창의와 직결된 또 다른 과제이기도 하다. 페롱은 원곡의 비트와 리듬의 페턴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드럼과 베이스의 공간을 최대한 개방한 상태에서 자신은 라인과 프레이즈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한다. 때로는 곡에 따라 솔로나 테마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게스트 뮤지션을 참여시키는 등, 소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과도하거나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아는 트리오 중심의 집중력도 엿볼 수 있다. 원곡을 중심으로 놓고 보느냐, 아니면 음악적 소재의 활용과 재구성이라는 점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엇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측면과 더불어 이들이 보여준 연주 그 자체 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앨범이다.

201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