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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ieter Nooten - Stem (Rocket Girl, 2018)


런던에서 활동 중인 네덜란드 출신 뮤지션 겸 작곡가 피터 누텐의 신보. 1980년대 Clan of Xymox의 결성을 주도했던 창립 멤버로, Michael Brook와 함께 발매한 기념비적인 Sleeps with the Fishes (1987) 앨범의 공동 작업자로, 1990년대 Cyberia라는 솔로 프로젝트의 주인공 등으로 기억되는 누텐의 지난 궤적은 음악적 언어에 대한 확고한 자기중심성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단 한순간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매 순간 자기와의 단절을 통해 자신을 새로운 지반 위에 올려놓으며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누텐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기존 전자음악에 기반을 둔 스텐스는 유지하면서도 모던 클래시컬한 어법에 앰비언트적 요소를 반영한 음악을 선보이게 된다. 이는 확실히 기존의 신스팝적인 다크 웨이브나 일렉트로팝과는 다른 분위기이며, 15년 이상 지속한 현재의 셀프 프로젝트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정교한 자기 언어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인 특징은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조화를 통해 고유한 음악적 앰비언스를 연출하는 것으로, 초기에는 팝적인 접근에서 메시지 중심의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면 차츰 모던 클래시컬한 요소들을 활용해 음악적 이미지를 정교하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전작 Haven (2013)은 물론 그 이전 Surround Us (2012)에서 극적인 형상을 취하며 진행되었고,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 두 작업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는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은 몇 개의 트랙에서 바비첼 현악이 참여하여 고전적인 사운드 텍스처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과정에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Stefano Guzzetti가 참여해 디렉팅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외에도 피아노와 기타와 같은 고전적인 악기들을 활용하여 한층 더 조율되고 깊이 있는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기술의 성숙함이 어떻게 인간의 온도에 근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이 앨범을 꼽을 수 있다.

2018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