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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jusk - Sentrifuge (Somewherecold, 2022)

노르웨이 전자음악가 Jostein Dahl Gjelsvik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Pjusk의 앨범. 2004년 Rune Andre Sagevik와의 듀엣으로 결성된 퓨스크는 15년 이상 지속된 공동 협업 체계를 해산하고 2020년에는 요스테인의 솔로 프로젝트로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솔로 프로젝트로 전향한 이후에도 퓨스크는 기존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사운드는 물론 진행 방식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변화는 최근에 선보인 일련의 작업에서 조심스럽게 감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최근의 조심스러운 변화를 조금은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한 작업이 아닐까 싶은데, 모듈러 장치를 활용해 최신의 기술적 성과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즉흥적인 모티브를 확장하며 밀도 있는 플로우를 구성하는 일련의 과정은, 여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묘사적 표현이 주를 이루었던 기존의 접근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교적 여유로운 속도에서 진행되는 빌드-업은 합목적성을 두고 이루어진 다기보다, 복합적인 정서 혹은 치열한 사고의 흐름에 따라 직조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교적 여유롭게 구성되었던 기존의 공간 활용 대신, 진행을 이끄는 메인 라인의 흐름과 더불어 그 주변에서 대치되는 다양한 카운터의 요소들이 병합되며, 틈조차 존재하지 않는 듯한 강한 밀도가 끊임없이 수축하고 팽창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그 공간 안에서 다양한 텍스쳐의 사운드가 대비와 병합을 이루며 복합적인 연관을 이루는 방식을 통해, 순간의 긴장은 해소와 증폭을 이어가면서 매번 다른 양식과 구성을 지닌 라인이 등장한다. 사운드 또한 모듈러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패치와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폴리포닉 한 특성은 배재하면서도 모듈레이션과 펄스 및 이펙터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소리의 특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텍스처는 물론 음영과 세추레이션까지 미묘하게 전달되는 섬세함을 지닌다. 이와 같은 무수한 변화와 조합은 대부분 6분에서 길게는 10분에 이르는 긴 호흡을 지닌, 롱-테이크의 치밀한 흐름으로 지속된다. 이 모든 과정들을 기획에 의해 직조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의외의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어, 딱히 즉흥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지만, 이 역시 너무나도 치밀하고 극적이어서, 그냥 요스테인의 뛰어난 감각에 모든 이유를 돌리게 된다.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20여 년 전부터 퓨스크가 간직해온 고유한 음악적 내면, 즉 북유럽의 대지와 공기를 인간의 관점에서 시각화한 듯한 정서적 앰비언스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 요스테인이 전하는 소리의 울림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