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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ppy Ackroyd - Resolve (One Little Independent, 2018)


영국 출신 작곡가 겸 연주자 포피 아크로이드의 신보. 정통 클래식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크로이드는 Joe Acheson의 Hidden Orchestra에서 스튜디오 녹음은 물론 별도로 구성된 투어 밴드의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이며, 모던 클래시컬 계열을 대표하는 뮤지션인 Hauschka나 Nils Frahm 등과 함께한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아크로이드는 이러한 활발한 음악적 협업과 더불어 자신의 개인 활동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정작 자신의 음반에서는 지금까지 솔로 작업을 고집했다. 물론 솔로라고 해도 멀티 트랙을 이용하여 스스로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들을 나눠서 녹음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이와 더불어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다른 음악가의 연주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확대된 편성만큼이나 눈에 띄는 점은 아크로이드의 다양한 표현 양식들이다. 피아노 연주만 보더라도 곡의 테마에 따라 업라이트와 그랜드를 구분해서 사용하는가 하면 손가락이나 드럼 스틱 등의 도구를 이용해 피아노 현을 직접 울려 연주하는 등 소리 그 자체에 대한 세부적 묘사에서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에 자신이 선보였던 음악들과 일정한 거리를 취하며 새로운 음악적 '해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담고 있다는 점은 가장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솔로의 경우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정형화된 언어적 형식 속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라면 이번 앨범에서는 장르적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유연한 표현들이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다. 반복적인 리듬 패턴들을 주요 요소로 부각하는가 하면 민속적인 모티브를 전위시켜 친숙한 표현으로 대치하기도 한다. 확실히 내면으로 침전하던 기존 작업과는 다른 표출적 특징들이 두드러지며 그 표현 또한 감각적이다. 하지만 고전적인 환경 속에서도 악기의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실험적 단면이나 당대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자신의 작업에 녹이기 위한 기존의 노력들을 떠올리면 납득 가능한 연속성을 발견하게 된다. 진화를 위한 아크로이드의 '해법'인 셈이다.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