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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rtico Quartet - Art in the Age of Automation (Gondwana, 2017)


영국에서 결성된 창의적인 재즈 그룹 포르티코 쿼텟의 최근작. 라이브와 리믹스 음반을 제외하면 이번 앨범은 포르티코 쿼텟의 공식 네 번째 앨범에 해당한다. 2000년대 중반 런던에서 같이 공부하던 대학 친구들이 모여 포르티코라는 이름의 그룹이 결성되었고, 초기 멤버였던 Nick Mulvey가 얼마 후 솔로로 독립하며 그 자리에 Keir Vine (hang, key)이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Duncan Bellamy (ds, elec), Jack Wyllie (sax, key), Milo Fitzpatrick (b, elec) 등의 구성원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첫 공식 앨범 Knee-Deep in the North Sea (2007)를 비롯해 그 이전의 비공식 리코딩과 공연에서 이들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이들이 사용하는 행드럼(Hang Drum) 때문이었다. 행드럼은 원반형 UFO처럼 생긴 타악기로 각 부분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마치 금속판으로 된 마림바를 연주하는 것과 같은 소리로 멜로디 연주가 가능한 악기이다. 초기에는 이 행드럼이 만드는 민속적인 톤의 연주와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을 결합한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한 음악들을 주로 선보였다. 이후 이들은 전자음악, 키보드 등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들의 콘텐츠를 확장한다. 전자악기의 도움을 받아 행드럼이 만드는 몽환적인 사운드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지만, 2010년 전후 일련의 미니 앨범과 EP 등을 거치면서 자신들의 음악적인 지형을 확장하는 계기로 발전한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쿼텟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Portico Quartet (2012)과 이후 Living Fields (2015)를 거치면서 점진적인 진화를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재즈,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등의 장르 복합적 특징들을 더욱 강화한 쿼텟의 새로운 음악적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전자음악의 텍스처가 색소폰이나 행드럼과 이루는 하모니는 다분히 도회적이다. 예전 민속적 분위기의 행드럼은 몽환적인 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해 개입하면서 그 활용 또한 전에 비해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이들 음악의 시그니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에게 있어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일 것이다.

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