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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rtico Quartet - Untitled (AITAOA #2) (Gondwana, 2018)


영국 포르티코 쿼텟의 신보. 2000년대 중반에 결성된 Portico의 활동이 잠시 정체된 이후 Keir Vine (hang, key), Duncan Bellamy (ds, elec), Jack Wyllie (sax, key), Milo Fitzpatrick (b, elec) 등으로 멤버를 재정비하여 쿼텟의 이름을 걸고 Portico Quartet (2012)를 발매하며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후 10년 만에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 Art in The Age of Automation (2017)을 Gondwana 레이블을 통해 발매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이번 앨범은 커버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작의 스튜디오 세션 당시 함께 녹음되었던 곡들을 독립된 음반 형식으로 발매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수록 곡들을 따로 모아 재활용한 것으로 보이기보다, 전작의 완성도와 앨범의 균일한 콘셉트를 위해 이들이 기울인 노력의 흔적을 엿보게 된다. 때문에 이번 음반은 전작의 내용과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재즈,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등의 장르 복합적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여러 악기가 이루는 하모니 또한 여전히 도회적이고 몽환적이다. 이번 기회에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어쿠스틱과 전자 악기의 조화를 통해 연출하는 이들 사운드의 고유한 특징에 관한 것이다. 전자 음향이 만드는 감각적인 텍스처와 그 위에 레이어를 이루는 색소폰과 행드럼의 레이어는 그 어떠한 긴장 없이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자 악기가 이루는 평면 공간에 색소폰은 도회적인 느낌을 덧붙이고 행드럼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입체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경험하게 해준다. 민속 음악에 바탕을 둔 재즈 그룹에서 출발하여, 스스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전혀 다른 음악적 지반 위에서 더욱 복합적인 유형의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지만, 핵심에 다가서는 명료함은 보다 분명해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작에 수록되지 않았던 남은 곡들로 이루어진 음반이라고 하지만, 독립된 앨범으로써 나름의 가치는 충분하다. 전작은 하나의 선형을 그리고 직진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이번 앨범은 다양한 여유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활용은 환영이다.

2018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