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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émi Panossian - DO (Jazz Family, 2018)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레미 파노시앙의 첫 솔로 앨범. 레미만큼 우리와 친숙한 재즈 뮤지션이 또 누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듀오 활동을 정리하고 새로 결성한 자신의 트리오와 함께 2010년 자라섬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때로는 한 해에도 몇 차례씩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3 Drinking Lab", "Healthy Cab", "BBQ", "Jeju-Do" 등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곡들을 작곡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 여름에는 이번 앨범의 주요 곡들을 선보이며 국내 여러 도시에서 솔로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DO는 여러 나라마다 각기 다른 뜻을 지니는데, 하나의 섬이 묘사된 커버의 목판화를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라고 읽고 '섬'을 떠올리게 된다. 레미는 지금까지 주로 트리오 활동에 집중했지만, 투어가 없는 시간에는 정기적으로 클럽 솔로 연주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말에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기획하고 다음 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 대한 일종의 결산의 의미로 그동안 정기적인 솔로 공연을 펼쳤던 Rest'O Jazz에서 이번 앨범을 녹음한다. 지금까지 트리오를 통해 보여줬던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다양한 표현들을 솔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어떻게 재현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레미가 제시하고 있는 답변들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앨범에는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레미는 개별 곡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별 곡들을 다루는 레미의 방식은 곡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사카모토의 곡을 연주할 때 보였던 신중함과 내밀함은 롤링 스톤즈를 대할 때의 에너지와 대비되며 때로는 엘링턴의 원곡을 만났을 때의 활기나 기교적 표현에서도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 곡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오리지널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별 곡에서 구사되는 표현이나 테크닉 자체는 상이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레미는 자신의 감정을 일치시킴으로써 앨범 전체는 하나의 통일된 언어적 묘사를 완성한다. 누가 봐도 레미 다운 결과물이다.

201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