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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achika Nayar - Our Hands Against the Dusk (NNA Tapes, 2021)

인도계 미국인 앰비언트 작곡가 Rachika Nayar의 앨범. 4년 전부터 음악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번 앨범은 라치카의 데뷔 앨범으로 기록된다. 그녀의 음악은 전자음악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전자음악가 대신 앰비언트 작곡가로 소개한 것은 기타, 바이올린, 보컬 등과 같은 전통 기악의 특성을 이용하고 이를 변형시킨 새로운 사운드의 유기적 조합을 완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샘플링이나 루프 등을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을 전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 작곡의 특징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주며 음악을 통해 구현하는 효과 또한 통상적인 전자음악의 그것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통상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규범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라치카의 음악은 다양한 쟁점을 제기할 수 있는데, 포괄적인 의미에서 더욱 관용적인 태도라면 그녀의 음악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라치카의 음악은 자신의 인종적 기원과 관련한 그 어떤 직접적인 담론을 담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서구적 문화 관습에서 아무런 통역 없이 바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동양적이지도 않으면서 서양적이지도 않은, 그렇다고 경계적 양상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 어쩌면 해체적 특성에 가까운 독특한 지점에서 그녀의 음악은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러한 모습을 포함해 앞에서 언급한 기악적 특징이 더해지며 모던 클래시컬한 특성도 관찰되기도 한다. 사실상 기존 음악의 장르적 클리셰로부터 일정한 거리에서 그 모든 규범을 포괄하는 양면성이야말로 라치카의 음악을 규정하는 유니크한 특징이 아닐까 싶다. 첫 데뷔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펼친 인상적인 작업이다.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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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chika Nayar - Heaven Come Crashing (NNA Tape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