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타리스트 Max Clouth와 드러머 Martin Standke가 이끄는 퓨전 그룹 Ragawerk의 앨범.
Raaga와 Werk를 합성한 라가베르크라는 밴드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들은 인도의 전통 음악과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다양한 음악적 장르의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말 그대로 퓨전의 창의적 예를 선보이는 그룹이다. 막스는 대학에서 전문 연주자로서의 교육을 받았고, 이후 인도로 건너가 10대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인도 음악을 공부한 뒤 귀국하여, 2010년대 초반 Max Clouth Clan을 결성하게 된다. 현재의 라카베르크는 MCC를 기원으로 하고 있으며, 막스와 더불어 그룹의 핵심이었던 마틴 또한 새롭게 명명한 밴드에서 지속적인 음악적 유대를 이어오고 있고, 베이스 Peter Puskas와 드럼 Georg Boerner이 함께하는 쿼텟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기존 MCC와 마찬가지로 라가베르크 역시 인도 및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음악적 외연의 확장 및 장르적 융합을 실험하고 있어, 큰 맥락에서는 작업의 연속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도 전통 음악과 재즈의 융합은, 이미 1950년대 인도 출신 영국인 John Mayer의 개념적인 제안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1960년대의 John Coltrane을 비롯해, 1970년대 John McLaughlin의 Mahavishnu Orchestra에 이르는 나름의 맥락을 지니고 있다. 라가베르크의 작업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기존 융합의 실험이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연관된 반서구주의의 기조 속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도피적 혹은 저항적 성격을 내포한다면, 현재 막스와 마틴이 진행하는 작업의 경우 순수 음악적 접근에서 이루어진다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음악적 외형의 차이 외에도, 두 가지 장르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미묘하게 다름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대목에서 기존 융합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라가베르크만의 독창적인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이번 작업은 그 면모를 충분히 반영한 인상적인 결과를 다루는 듯하다.
라가베르크는 인도 전통 음악과 재즈의 관계를 사고하면서, 민속적인 요소들을 서양의 어법에 맞게 재구성하는 일련의 접근들을 포용하면서도, 동시에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유기적으로 접목하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인도 음악의 음계를 재즈의 펜타토닉에 맞게 재구성하거나, 아니면 민속적인 스케일 구성을 활용해 임프로바이징을 비롯한 서양의 표현을 접목하는 다양한 방식은 물론, 두 가지 언어의 다양한 병렬적 나열만으로도 온전한 음악적 통합이 가능함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접근들이 다분히 마스터라고 일컬어지는 일부 명인들의 연주와의 관계에 의해 제한된 측면이 존재한다면, 라가베르크와 협연을 이루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서로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되어 있어, 이와 같은 유연한 접목이 가능할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장르적 언어와 표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음악적 합의를 완성하는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며, 그 메시지 또한 명료하여, 듣는 입장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 라가베르크의 연주가 담고 있어 무척 매력적이다.
라가베르크는 인도 전통 음악과 재즈의 융합을 음악적 내용으로 삼으면서,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표현에서 재즈-록 혹은 퓨전의 양식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Mahavishnu Orchestra와 유사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렉트로닉의 요소와 표현을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즉 독일의 전통과 관련한 크라우트록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독창성을 실현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의 배음이 메인 라인과 어떠한 연관을 맺느냐에 따라 곡의 유형적 특징이 미묘하게 달라지기도 하며, 개별 곡의 특징에 따라 전면에 표출하는 장르적 양식 또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음악적 표현의 다양성을 완성하기도 한다. 또한 일반적인 기타와 인도 현악기를 개량한 두 개의 넥이 있는 막스의 기타는 록은 물론 동양적인 표현까지 아우르는 다양성을 지니기도 하는데, 마틴의 드럼은 이러한 여러 유형의 음악적 특징에 대응하며 안정적인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능동적인 유연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별 곡의 성격에 따라 보컬과 시타르와 같은 전통 악기는 물론 신서사이저에 이르는 인도 현지의 여러 뮤지션들과의 조합으로 연주를 완성하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첼로 등의 고전적인 현악기를 활용해 모던 클래시컬을 연상하게 하는 의외의 맥락에서 진행하는 곡도 포함하고 있다.
재즈의 역사에서 오랜 맥락을 지닌 융합의 예를 현재에 계승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독창성까지 실현한다는 점에서 라가베르크의 작업은 인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음악적 언어와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다양한 방식의 융합을 완성하고 있고, 그 표현의 확장 가능성 또한 시사하고 있어, 여러 면에서 흥미롭고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