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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amon Moro & Emanuele Maniscalco - Dreams (Jazz Engine, 2019)

 

이탈리아의 호른 연주자 라몬 모로와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매니스캘코의 듀엣 앨범. 호른과 피아노의 듀엣이라는 공식에서 많은 모범 사례를 찾을 수 있고 둘 만의 앙상블로 만들 수 있는 균형과 긴장의 대비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리고 평소 자신만의 사운드에 유난히 집착하는 두 뮤지션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이들이 듀엣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무척 단순하다. 서로에게 허락된 일정한 거리에서 각자의 역할에 방점을 둔, 주종관계가 명료한 방법을 취한다. 한편으로는 에마누엘의 역할은 일반적인 피아노 반주자보다 자율성을 조금 더 확보한 정도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앨범의 암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라울의 의도에 충실했던 피아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공간의 제한이 긴장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호른과 피아노 사이의 거리에 팽팽한 텐션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록곡 전체가 라몬의 오리지널이고 자신의 트럼펫과 플루겔호른으로 꿈이라는 은유를 형상화하기 위한 욕망에서 앨범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라몬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많은 영상 작업에 참여한 경력 때문인지, 라몬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이미지 중심적이다. 그렇다고 강한 내러티브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표제적 특징이 강한 개별 곡 제목 그 자체에 주목한다면, 마치 습관적으로 대면하던 일상의 한순간에 빛처럼 던져진 낯선 화두를 만난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개별 순간들은 Dreams라고 명명된 앨범의 타이틀에 묶여 하나의 단일한 톤으로 형상화된다. 그 균일한 이미지의 연속이 듣는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든다. 마치 스킵 블리치 처리된 암울한 장르 영화를 본 느낌이다.

201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