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Rembrandt Frerichs Trio - The Contemporary Fortepiano (Jazz In Motion, 2018)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렘브란트 프레리크스의 트리오 신보. 트리오 타이틀로는 A Long Story Short (2014)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으로 베이스 주자 Tony Overwater와 드러머 Vinsent Planjer가 전작에 이어 이번 음반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다만 전작과 달리 렘브란트는 피아노 대신 모차르트 시대에 만든 포르테피아노를, 베이스는 16세기에 제작된 6현의 비올로네를, 드럼은 Whisperkit라고 명명한 여러 타악기의 조합을 이용해 연주를 하고 있다. 클래식에서는 작곡이 이루어진 당대의 악기를 이용한 원전 연주를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재즈에서 고악기를 이용해 현대적인 연주를 시도한 예는 그리 흔치 않기 때문에 이 자체로 실험적인 이벤트의 성격이 무척 강하다. 더군다나 악기가 제작된 연대도 서로 상이한 조합으로 이들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전작에서 렘브란트가 19세기에 제작된 하모늄으로 일부 연주하기도 했고 앨범 투어 중 몇몇 프로그램에서 고악기를 이용했던 점으로 미루어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형식의 음반을 준비했던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결국 핵심은 고악
기를 이용한 연주를 통해 완성하고자 했던 음악적 콘텐츠가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현대적인 트리오의 기본적인 문법에 고악기를 이용한 연주를 진행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특징적인 요소들이 고악기의 특성에 굴절되어 표현된 것이 이번 앨범의 성격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오늘날보다 더 협소한 무대에서의 공연을 위해 제작된 악기들을 이용해 현대적인 트리오의 공간 구성으로 연주를 진행한 덕분에 묘하게 중첩되며 응집되는 사운드는 나름 독특하다. 연주 스테이지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회절하는 잔향은 존재하는데 정작 악기가 전하는 진동의 폭은 크지 않고 그 주기 역시 짧아 그 느낌 또한 이색적이다. 특히 고악기를 이용한 민속적 테마의 연주는 전혀 거부감 없이 절묘한 일체감을 이루기도 한다. 오디오 앞에 앉아 열심히 들었는데 음악 보다 소리에 집중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내 탓이 아니다.

201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