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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ie Beirach & Gregor Huebner - Live at Birdland New York (ACT, 2017)


각자 70 및 50세 생일에 맞춰 발매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리치 베이락과 바이올리니스트 그레고르 휴브너의 신보. 하지만 뉴욕 버드랜드에서의 실제 녹음은 5년 전인 2012년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두 뮤지션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에 바르토크, 페데리코 몸푸, 몬테베르디 등의 곡들을 재즈 트리오의 실내악적 편성으로 재해석한 일련의 Round About 시리즈들로부터 시작한다. 단순히 클래식을 재즈풍으로 연주하는 것을 넘어서 음악의 구성 및 형식을 해체하고 이를 새롭게 자신들의 연주 속에서 재구성하는 과감함이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또한 그와 같은 일련의 시리즈에 함께 했던 George Mraz (b) 역시 이번 앨범에 참여하고 있어 이번 신보는 특히나 반갑다. 이들 외에도 Randy Brecker (tp)와 Billy Hart (ds) 등이 참여한 퀸텟 라이브로 포스트-밥에 기초한 전통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6개의 모든 트렉이 10분이 넘는 대곡들로 라이브라는 특성을 충분히 살린 연주들이다. 리더의 지배력보다는 개별 연주자들이 스스로의 역량으로 자신의 공간을 확장하고 다양한 접점들을 만들어가며 진행을 구성하는 선수들 다운 면모를 모든 연주자들이 전곡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Around Bartók Bagatelle #4"는 2000년도에 베이락, 휴브너, 므라즈가 선보였던 현대 클래식의 해체와 재구성을 퀸텟의 형식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있으며, “Siciliana”는 바흐의 동명 원곡을 모티브로 한 재해석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바르토크의 곡에서는 20세기 현대음악의 화성학적 구조가 어떻게 재즈에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바흐의 경우 바로크적인 테마가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들로 해체되는 디테일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You Don't Know What Love Is"이나 "Transition"과 같은 전통적인 재즈 넘버들이 이들만의 방식으로 해석되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라이브라는 상황의 특수성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아쉬움보다는 장점이 더 부각된 앨범이다. 이들 라인업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스튜디오 레코딩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보이기도 하다.


2017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