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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ert Diack - Small Bridges (Lapsefall, 2022)

 

캐나다 드러머이자 작곡가 겸 프로듀서 Robert Diack의 앨범.

 

로버트의 이력에 대해서는 재즈 관련 학위를 받았고 아직 석사 과정에 있다는 점 외에, 그의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것은 없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학부 시절 발표한 데뷔 앨범 Lost Villages (2018)를 통해 자신의 독특한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사운드에 대한 섬세한 조율에서 보여준 뛰어난 완성도는 특별한 통합을 이룬 그의 음악적 성과를 더욱 빛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로버트는 전작에서 밴드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적 완성을 선보이며, 우리가 흔히 퓨전 혹은 재즈-록이라고 부르는 장르적 유형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다루고 있다. 음원의 유통과정에서는 재즈로 분류하고 있고, 그의 음악적 기초 또한 이에 근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이전 세대 프로그레시브 혹은 아트-록으로 구분되는 유형적 특징은 물론 최근의 포스트-록에 가까운 언어적 표현까지도 내재화하는 독창성을 지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때로는 과거의 진지한 음악적 접근에 대한 묘한 기시감 혹은 향수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인스트루멘탈 계열의 록을 떠올리게 하는 복합성은 신선함을 경험하게 하여, 나름의 독특한 입지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할 듯싶다.

 

이번 앨범 역시 밴드 로딩을 기반으로 완성하고 있으며, 기타 Patrick O’Reilly, 피아노 Jacob Thompson, 베이스 Brandon Davis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로버트는 드럼 외에도 신서사이저를 이용해 공간의 디테일이나 사운드의 완성도에 세심함을 더하고 있다. 앨범 전체는 재즈와 록의 복합적인 미묘함을 현대적인 표현을 통해 통합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개별 곡에서는 나름의 개별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형적 특징으로 통칭하기는 힘들다. 일부 곡에서는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전재와 사운드 구성을 보여주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앰비언트 계열의 프스트-록을 연상하게 하는 빌드-업을 선보이기도 하여, 개별 곡에 따른 특징을 분명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곡에서는 피아노 솔로를 전면에 부각하여 전통적인 클래식의 접근을 고스란히 활용하는가도 하며, 물론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개방한 인터랙티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재즈의 전통적인 연주 또한 선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진행에서의 구성적 합의에 근거한 곡부터, 자율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완성한 연주에 이르기까지, 밴드 운영에서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앨범이 다양한 특징을 다루고 있는데, 인상적인 것은 이것이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인 형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그 유형적 특징에 고유한 장르적 표현에 비교적 충실한 재현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곡이 지닌 고유한 장르적 특징에 알맞은 적합한 진행 방식은 물론 사운드의 구성에서도 나름의 적합성을 따르려는 대목들은 분명 인상적이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음악적 접근을 선보이면서도, 앨범 전체는 마치 하나의 콘셉트처럼 견고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별 곡의 특징에 따라 미세한 음향의 튜닝을 완성하고 있지만, 개별 악기의 고유한 톤과 사운드에서는 나름 균일함을 지속하고 있어,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서도 지속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앨범은 마치 다양한 장르적 구성을 지닌 한 편의 서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한다. 여기에 사운드의 정교한 연출 또한 눈에 띄는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스테이징을 기본으로, 곡의 특징이나 진행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악기의 포커스가 이동하는 듯한 배열은 마치 시각적인 인상을 줄 만큼 선명하며, 개별 연주의 전경과 배경을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 심도를 이용해 포착하는 듯한 정교함 보여주기도 한다. 넓은 패닝 공간에 배열된 드럼이지만, 고유한 위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안정감은 리더의 미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재즈의 전통적인 언어에서는 다소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장르가 지닌 음악적 포용성을 생각한다면, 인상적인 경계의 확장성을 보여준 작업임이 분명하다. 장르적인 정의를 떠나서도 로버트의 창의적인 음악적 성과가 담겨 있어, 그의 탁월한 재능을 엿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