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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ert Farrugia - Voicemail (Archives, 2021)

지중해 몰타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Robert Farrugia의 앨범. 로버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그 주변 효과가 구성의 핵심을 이루지만 정교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중심으로 연출되는 정적인 플로우와 건반 악기의 사운드로 묘사되는 미니멀한 테마 등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정적인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앰비언트적인 묘사적 특징 속에서도 때로는 모던 클래시컬한 정교한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서로 다른 질감을 지닌 사운드의 중첩으로 연출되는 드론 등과 같은 실험적인 표현들도 드러난다. 이번 앨범은 로버트의 전체적인 음악적 스타일 중에서도 비교적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강조한 듯한 차분한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어 기존 작업들에 비해 톤-다운된 듯한 인상을 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지긴 했지만, 사운드의 공간적 부피감을 이루는 밀도나 그 구성의 섬세함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앨범의 타이틀이나 곡의 제목을 통념처럼 사용하는 주변의 여러 단어들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이 지닌 일상적 묘사의 특징은 이번 작업에서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예를 들면 "Felt"와 같은 곡에서 유난히 강조되고 있는 멜로우 톤의 키보드 사운드는 마치 제목의 분위기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듯하며, "Dusty Octaves"에서는 말 그대로 불규칙한 틱 노이즈를 삽입해 음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소소한 일상적 느낌을 전달한다. 이처럼 유난히 이번 앨범에서 일상성이 전면에 부각하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사운드에 텍스쳐를 강조하거나 세츄레이션을 덧입힘으로써, 그 이면에는 미묘한 정서적 동요와 긴장이 있음을 보여주려 하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 이는 특히 공간의 밀도감을 강조하면서도 사운드나 테마에 대한 미니멀한 접근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오히려 정서 이면의 복합적인 감정을 진솔하게 표출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대목이 그의 음악에서 정서적인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로버트의 여러 장점이 잘 드러난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