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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erto Gatto Quartet - My Secret Place (Jando, 2021)

이탈리아 재즈 드러머 Roberto Gatto의 쿼텟 앨범. 쿼텟으로 진행된 이번 녹음에는 트럼펫 Alessandro Presti, 피아노 Alessandro Lanzoni, 베이스 Matteo Bortone 등이 참여해 전작 Now! (2017)와 동일한 인적 구성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보여준 탄력 넘치는 공간 운영과 음악적 유연성은 이번 작업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으며 여기에 게스트로 보컬 Beatrice Gatto과 기타 ‪Andrea Molinari‬가 참여하고 있어 이전보다 더 풍부한 표현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로베르토는 물론 멤버들이 고루 참여한 오리지널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The Meaning of the Blues"와 같은 고전은 물론 Coldplay의 "Everyday Life"와 같은 비교적 최근 곡을 커버하는 등 비교적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선보이려고 했다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들 두 곡에서 로베르토의 딸인 베아트리체가 보컬을 담당하고 있어 일종의 아빠 찬스를 사용해 딸을 홍보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발성에서 보여주는 청명함이나 호소력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보이스 톤을 듣는다면 앨범의 게스트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이번 앨범에서의 특이점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스타일이나 실제로 청자에게 전해지는 느낌은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모던한 스타일을 지닌 재즈의 언어를 바탕으로 공간의 유기성과 자율성이 적절한 긴장을 이루면서도, 이탈리안 특유의 감성적인 표현이 더해진 매력적인 연주는 여전하다. 진행은 다분히 오디너리 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익숙함이 전하는 안정감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개별 연주자의 즉흥 공간에서 전개되는 멜로디 중심의 여유로운 임프로바이징은 곡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하다. 로베르토는 심벌과 하이햇을 이용해 끊임없이 분할적인 비트를 제공하며 음악의 이미지를 채색하는가 하면 단단한 킥과 명료한 스네어를 통해 전체적인 사운드의 밸런스를 잡음으로써 각 뮤지션들의 연주가 응집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할은 역설적으로 트럼펫과 피아노의 공간을 개방하는 계기가 되고 인상적인 라인을 완성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쿼텟만의 유니크한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