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트롬본 연주자 Robinson Khoury의 앨범. 로빈슨은 재즈 피아니스트 아버지와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음악 훈련을 받았고, 2010년대 초 데뷔 이후 많은 국제 대회에서의 수상 경력과 더불어, 유수의 밴드에서 솔로이스트 활동은 물론 유명 뮤지션들의 리코딩과 투어에 참여하며, 현재 유럽 재즈 씬에서 가장 촉망받는 트롬본 연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첫 리드작인 Frame Of Mind (2019)은 로빈슨의 예술적 가능성은 물론 그 자치를 알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이번 녹음에서는 그의 음악이 지닌 확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 듯하다. 베이스 Etienne Renard, 피아노 Mark Priore 등 이전 작업에도 참여했던 뮤지션들과 더불어 기타 Pierre Tereygeol, 드럼 Elie Martin-Charrière가 새롭게 합류하고 있어, 전작과 같은 구성의 퀸텟으로 녹음을 진행했다. 전작에서는 재즈의 정통적인 스텐스에 기대어 비교적 오소독스 한 공간적 활용과 연주를 들려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에게 존재하는 다면적인 성격을 조금은 더 깊게 부각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장르의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펼치기도 했던 로빈슨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음악적 반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보이스와 보컬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인데, 가사가 포함된 곡에서부터 멤버들의 보이스로 이루어진 여러 라인의 대위와 화성의 구성을 통해 민속적인 영감은 물론 포크나 얼터너티브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주 내에 수용하고 있다. 다면성은 단순히 주변 장르와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재즈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간 활용을 통한 상호관계의 조율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전통적인 스텐스는 물론 인터렉티브 한 관계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밥 특유의 농밀한 밀도는 물론 프리 재즈의 유형적 특징을 반영한 자유로운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연출하는 등, 폭넓은 표현 양식들을 선보인다. 특히 즉흥의 공간을 두 명 이상의 대위적 혹은 대칭적 관계 속에서 구성하는가 하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매시브 한 방식의 상호 개입을 개방하는 등, 퀸텟의 형식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능동성과 개인의 직관적 표현을 유기적으로 연관 짓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자 악기가 지닌 독특한 여러 표현들이 과감하게 전달되기도 하여, 개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솔로의 점층은 물론, 트롬본, 기타, 피아노 사이의 관계 속에서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프레이즈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이미지를 완성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다양성을 밀도 있는 견고한 한 공간 속에 완성하고, 리더로서 로빈슨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담아낸 앨범이다.
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