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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ot Koch & Foam and Sand - Full Circle Reworks (Trees & Cyborgs, 2021)

Robot Koch와 Foam and Sand 두 팀의 협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둘 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독일 뮤지션 Robert Koch의 활동명이다. 로봇 코흐는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통상적인 개인 활동과 프로듀싱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이름이라면 FaS는 어쿠스틱 악기와 여러 음악 소스를 활용해 헤이지 한 텍스쳐의 테이프 루프 음악들에 주로 사용한다. 이번 앨범은 몇 달 전에 둘의 공동 타이틀로 발매한 Full Circle (2021)의 수록곡들을 대상으로 Slow Meadow, Tom Ashbrook, Hainbach, Alaskan Tapes, Arms and Sleepers, Birds Of The West, Julien Marchal, Midori Hirano, Six Missing 등이 오늘날을 대표하는 비중 있는 뮤지션들이 각자 자신들의 언어로 재구성한 연주를 담고 있다. 오리지널 앨범에 수록된 일련의 "Circle" 시리즈는 F&S의 음악적 특징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펠트 한 피아노에 티니 한 기타는 로우-파이의 느낌으로 미묘하게 디스토션 된 사운드로 굴절되는가 하면 신서사이저 또한 스웰 톤으로 부풀려져 다분히 몽환적인 최면을 연상하게 하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강한 개성을 지닌 오리지널 음원을 각각의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공간 안에서 재구성하느냐가 이번 앨범의 주요한 감상 지점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앨범은 각자의 의지에 따라 원음의 고유한 텍스쳐를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멜로디에 주목해 자신의 창의에 따라 이를 재해석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있어 각 뮤지션들의 자율성에 의존해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각각의 트랙을 뮤지션들 고유의 음악적 특징을 엿볼 수 있어 전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오리지널 소스가 지닌 의외의 창의적 확장성을 볼 수 있어 여러모로 흥미롭다. Slow Meadow는 멜로우 한 현악을 이용해 모던 클래시컬 한 뉘앙스의 앰비언트로 해석하고, Tom Ashbrook는 포스트-록을 연상하게 하는 원곡의 기타 스웰을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Hainbach 다크 앰비언트 톤으로 재구성하고 있어 원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보여준다. Arms and Sleepers는 원곡의 글리치 한 느낌을 살짝 걷어내고 스텝 시퀀싱에 주목하여 고유의 몽환적 분위기를 살렸다면, Alaskan Tapes는 반대로 오리지널의 텍스쳐를 오히려 더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음악적 내러티브에 녹여낸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개별 뮤지션들의 원곡에 대한 접근 방식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포괄적이지만 제한된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스타일의 변주를 경험할 수 있어 재미있는 앨범이다.

 

2021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