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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ger Eno - Dust Of Stars (Painted Word, 2018)


영국의 앰비언트 뮤지션 로저 이노의 신보. 데뷔 35년을 맞이한 올해 발매된 이번 앨범에 이르러서야, 개인적으로는 그의 음악을 오롯이 로저만의 시선에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형인 Brian Eno와 Daniel Lanois와 같이 작업한 앨범 Apollo (1983)을 통해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던 계기 자체가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던 탓도 있고, 형과 같은 장르에 몸담으면서 브라이언의 강한 존재감이라는 그늘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지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번 앨범을 편견 없이 들어보고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음악을 되돌아보면, 로저는 자신만의 언어로 누구와도 비교하기 힘든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편견은 브라이언을 통해 굴절된 시선에서 로저를 바라봤던 오해 때문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 음악적 표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보면 이번 앨범은 전작 This Floating World (2017)와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피아노의 중심적 역할을 기반으로 주변적 표현을 활용하는 점에서 전작과 동일한 스텐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앨범은 더욱 극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에서 전작과 차별을 이루고 있는데, Michael Rendall이 프로그래밍과 키보드는 물론 엔지니어링을 맡아 풍부한 앰비언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전설적인 프로듀서 Youth가 가세하여 미니멀한 공간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로저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묘사와 서술을 하나의 동일한 기호 체계 내에 항존 할 가능성을 끊임없이 사고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퀀스의 흐름 속에서도 풍부한 상상의 공간을 개방하는가 하면 의외의 진행 개입을 통해 음악적 긴장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러한 연계의 과정이 복합적 흐름이 아닌 아주 단순한 구성으로 완성하고 있어 음악적 명료함이 그 어느 때보다 확연하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함과 명료함의 이면을 이루는 문화의 다면성을 감지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온전한 로저를 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다.

201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