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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hne - Forms (self-released, 2021)

Rohn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미국 전자음악가 Keenan Branch의 앨범. 몇 년 전, 자주배급으로 발표한 론의 데뷔 앨범 Meredian (2018)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물론 이를 접한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우스, 다운템포, 칠웨이브, IDM, 트립합 등 감각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특유의 몰입과 더불어 앰비언트적인 사색의 공간까지 경험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다면적이지만 명료한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테마는 신인의 작업이라고 보이게 너무나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두 번째 앨범은 기존의 성과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론의 음악은 오랜 기간의 경험과 성찰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트북, 헤드폰, 필드 리코더를 들고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자신의 홈스튜디오에서 그로부터 이어진 영감에 자신의 철학과 창의를 담아 음악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국적이거나 이색적인 반영을 이룬다기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창의를 바탕에 둔 음악적 투영을 보여주고 있어, 서양 시각에서의 보편적인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론은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합하여 공감 가능한 새로운 표현으로 재구성하는데, 전작에서는 이와 같은 스타일의 혼합 속에서도 감각적인 균형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은 더 감상적인 클럽 사운드를 지향하는 듯한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근본적인 음악적인 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리듬 패턴이나 사운드에서도 조금은 더 다양한 접근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서플을 베이스로 하는 폴리 리듬과 비트의 미묘한 싱코페이션을 통해 감각적인 그루브를 연출하는가 하면 그 위로 부유하는 듯한 보컬 샘플링을 여러 층위의 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몽환적인 감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신서사이저나 가상 악기의 섬세한 사운드를 통해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연출하기도 하여, 단순한 코드 진행에 기반을 둔 플로우 속에서 톤과 텍스쳐의 대비를 통해 공간적 디테일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복합적이지만 명료하고 주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공감 가능한 독특한 앰비언스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