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Mainwairing (ts, elec), Chris Sharkey (g, b), Luke Reddin-Williams (ds) 등으로 이루어진 영국의 재즈-록 그룹 롤러 트리오의 신보. 이번 앨범은 Roller Trio (2012)와 Fracture (2014)에 이은 세 번째 스튜디오 녹음이며 기존 기타리스트 Luke Wynter 대신 새로운 멤버로 재정비한 이후 발표한 첫 작업이기도 하다. 4년 만에 발표된 이번 앨범은 구성원의 변화만큼이나 사운드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 두드러진다. 예전의 두 앨범에서는 트리오라는 정합적인 공간 구성 내에서의 집단적 창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다이내믹한 결집이 특징적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롤러 트리오의 기본적인 특징이 기존과는 결이 다른 표현 양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변화는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사운드 스케이프를 확장을 시도하거나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둘러싼 묘사적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를 기타 사운드를 통해 모색하기는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때로는 그 효과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기존 양식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인과의 전후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이러한 표현 양식 혹은 스타일의 변화는 트리오 구성의 유기성과 연관이 있다. 확대된 자율적 공간 내에서 이어지는 연주는 기존 인터플레이의 정합성에 기반을 둔 방식보다는 확실히 음악 그 자체의 진행과 관련된 연계에 더 의지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트리오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내밀한 긴장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구성원들 상호 간의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면 '새로운 장치'의 도입이 기존 구성원 내부에 어떻게 수용되고 그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연주와 타이틀이기도 하다. 혼란스러운 대목도 눈에 띄긴 하지만 새로운 관계의 긴장을 사고하는 노력은 일단 찬성이다.
2018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