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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udy Adrian - As Dusk Becomes Night (Spotted Peccary, 2021)

뉴질랜드 전자음악가 Rudy Adrian의 앨범. 30년 가까운 루디의 음악 여정은 이제 자신의 독특한 색깔로 사람들에게 깊이 인식되는 듯하다. 빈티지 신서사이저가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독특한 질감이며, 멜로디 라인이 연상하게 하는 7, 80년대의 실험적 부흥기의 향수는 물론, 평소 그의 음악이 지향하는 자연에 대한 묘사 등은 다양한 사고의 가능성을 개방하는 듯한 문제제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다분히 고전적인 표현에 의지하면서 스타일에서는 과거 프로그레시브와 관련된 인상을 주는가 하면 이념적으로는 초기 뉴에이지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루디의 일관된 언어가 늘 자기 성찰에 기반한 진솔한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이 지닌 현재적 성격에서는 그 어떠한 의구심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자연을 향해 그려내는 루디의 음악적 묘사는 섬세하면서도 단 한순간의 과장도 포함하지 않는 담담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마치 관조적인 태도로 주변을 바라보고 그 미세한 움직임과 변화를 포착에 자신의 사운드를 통해 음악으로 그려내는 듯한 태도는, 자신의 음악을 앰비언트라는 통상적 규정 대신 에트모스페릭 일렉트로닉이라 칭하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스타일의 다른 뮤지션들이 흔히 사용하는 필드 리코딩 대신 새, 물방울, 나뭇잎, 바람 등의 다양한 소리를 직접 악기로 재현하는 대목에서도 자연과 음악을 대하는 루디의 자세를 짐작하게 한다. 소리에 의해 굴절되고 추상화된 묘사이지만 그 표현에서는 우연적 효과를 배제한 구체성을 담나 내고 있는 것이 루디의 음악인 샘이다. 마치 음악을 통해 인문학적 교양을 전해주는 듯한 앨범이다.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