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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yan Crosson - Notes From Isolation Parts I & 2 (NFI, 2021)

미국 DJ 겸 프로듀서 Ryan Crosson의 앨범들. 이번 작업들은 라이언이 올해 초 설립한 NFI 레이블의 첫 시리즈 중 일부로 발표되었다. 이 두 장의 앨범 사이에는 지난 작업들 중 일부를 발췌해 EP 형식으로 발매한 Monoceros (2021)도 존재하는데, 이 미니 앨범의 경우 Part I과 II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된 작업으로도 인상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 3개의 작업을 3부작으로 명명하고 있어 Parts I & II와 더불어 감상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번 앨범들은 확실히 이전 라이언의 작업들과는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라이언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해 사람들 가득 찬 댄스 플로어 대신 텅 빈 도시의 모습을 다루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고립'이라는 표제에서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존 연주에서 사용되었던 드럼 비트의 자리에는 심리적 적막함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대신하고 있고, 비트-리스에 느린 BPM으로 진행되는 앨범의 분위기 또한 묘사적인 인더스트리얼의 성격이 강하게 부각된다. Part I은 5월에, II는 12월에 녹음되었다는 시간적인 간격은 두 앨범 사이에 미묘한 차이로도 이어지는데, 첫 번째 작업에서는 텅 빈 거리에서 경험하게 되는 세기말적인 암울함에 대한 묘사적 성격이 강했다면, 두 번째의 경우에는 장기화하는 사태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을 그린 정서적 측면이 더 부각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1부의 경우 비트-리스의 배경 속에서 묘사를 위한 공간계 이펙터의 활용이나 러스티 한 사운드를 통해 아스트랄 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2부에서는 기존의 드럼 계열의 악기가 아닌 다른 음향을 통해 기존의 비트를 대신하는 루프 시퀀싱으로 정서적 불안 혹은 강박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대는 사람은 물론 음악도 변하게 만들지만, 그 변화의 근거는 여전히 사람에게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앨범이다.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