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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yuichi Sakamoto - Async-Remodels (Milan, 2018)


작년에 발매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2017)에 수록된 곡들을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해 리믹스한 신보. 2014년 암 진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처음 발매된 작년 작품에서 류이치는 투병 중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리와 음악에 대한 근원적인 자기 질문에서 시작하여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는 물론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대답에 접근하는 과정을 앨범으로 전해줬다. 5년 만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반의 발매 이후 사카모토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데, 가상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대한 사운드 트럭을 콘셉트로 녹음된 앨범의 의미를 살려 자신의 곡을 활용한 뮤직 비디오를 공모하는 한편, 다른 뮤지션들의 손을 거친 재구성 음반의 제작 소식을 전한다. 그 결과물로 세상에 선보인 이번 앨범은 리모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리믹스나 에디팅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를 덧붙는 방식에서부터 원곡을 해체하고 뮤지션의 음악적 의지를 반영한 재구성이나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때문에 원곡이 지닌 단일한 음악적 언어는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통해 수많은 경향적 표현들로 분화를 이루게 되는데, 작업한 뮤지션들의 수만큼이나 다채로운 경험들을 제공하고 있다. 11명의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류이치와 많은 작품에서 함께 협연한 경험이 있는 Alva Noto를 비롯해 며칠 전에 타계한 작곡가 Jóhann Jóhannsson도 포함되어 있다. 연령대와 대륙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참여 뮤지션들은 일렉트로닉, 신스팝, 테크노, 인더스트리얼, 앰비언트 등 각자의 음악적 개성이 반영된 다양한 분화를 선보이면서도 오리지널리티가 지닌 의미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어쩌면 원곡 자체가 분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개방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류이치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로 보인다. 언어를 넘어선 언어로써 음악의 미학은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드러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앨범이다.

201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