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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POOK - SPOOK (W.E.R.F., 2022)

벨기에 스틸 페달 및 기타 연주자 Filip Wauters, 드러머 Simon Segers, 베이시스트 Nicolas Rombouts 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SPOOK의 앨범. 세 명의 멤버들은 재즈와 록에 이르는 각기 다른 음악적 배경과 각자의 그룹 활동을 지닌 뮤지션들로, 2019년 처음 일회적인 세션을 위해 처음 만난 이후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현재의 트리오 녹음을 진행하게 된다.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공유한 스푸크지만 서로에 대한 낯섦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동시에 이를 트리오만의 고유한 표현으로 통합하는 신선한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공통적 지향을 찾는 대신, 각자의 언어와 표현을 모두 개방하고 서로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통해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이다. 필립은 스틸 페달을 민속적인 테마로 활용하는 대신 애소테릭 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주로 활용면서, 현악기나 신서사이저 등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톤과 사운드를 구사하는가 하면, 여기에 이펙터들을 연결해 독특한 앰비언스 효과를 연출하기도 한다. 베이스와 드럼 또한 각자의 악기로 표출 가능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트리오는 여러 사운드의 조합으로 완성 가능한 폭넓은 예를 보여주며, 듣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시너지를 경험하게 한다. 서로 다른 톤과 사운드를 조합함에 있어 마치 전혀 조율을 이루지 않은 듯한 테프 하고 날 것 그대로의 텐션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와 같은 대비와 대칭이 어우러지며 완성하는 하모니 자체만으로도 이들의 음악적 색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개별 공간에서 진행되는 각각의 라인 또한 사운드와 같이 직설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면서 폭넓은 장르적 표현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록과 재즈를 바탕으로 웨스턴, 사이키델릭, 익스페리멘탈 등 다양한 음악적 양식이 혼용을 이루며 완성하는 조합 역시 특색이 가득하다. 개별 공간의 능동적 자율성을 전재로 하는 재즈의 임프로바이징과 인터랙티브 한 인과성을 동시에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어느 특정한 장르적 범주에 한정되지 않으면서 복합성과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연주가 스푸크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여러 특징을 지닌 사운드와 장르적 요소들이 혼합되어 이루는 공간의 밀도감은 압박으로 다가올 만큼 높고 인상적이지만, 해상도 좋은 인이어에서는 쉽게 피로해지는 반면 오픈형 이어폰에서는 디테일이 아쉽게 느껴지고, 볼륨의 높낮이에 따라서도 체감되는 차이가 크게 전해지는 등, 감상 장비 선택에서의 어려움은 살짝 난감하다. 이번 앨범이 스푸크 트리오의 지속성을 전재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또한 일회적인 이벤트로 그칠 것인지의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작업이 보여준 시너지와 그 효과는 흥미로운 결과로 완성되었음은 분명하다.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