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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acromonte & AFK - Cudol (Archives, 2021)

독일에서 Sacromont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페인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 Alberto Lucendo와 AFK로 알려진 이탈리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Luca Longobardi의 협업 앨범. 알베르토는 영화 음악 작곡가로 오랜 기간 활동한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기타리스트로서의 개인 활동과 더불어 즉흥 연주를 바탕에 둔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루카 또한 영화나 공연을 위한 다양한 음악 작업을 선보이며 멀티미디어와 관련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클래식을 바탕으로 현대 음악에 대한 연관을 반영한 음악적 접근을 기반에 두고 있다. 이들은 영상 관련 작업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각자의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전자 음악에 대한 자신들의 관심과 이해를 투영하기도 했기에, 둘의 협업에 대해서는 무척 절묘한 조합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다크 앰비언트를 연상하게 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곡들을 담고 있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분위기를 전해준다. 전통적인 연주 악기의 비중은 크지 않은 대신 신서사이저가 연출하는 사운드는 어쿠스틱 악기를 연상하게 하는 톤으로 큐레이팅 되어 있어 일렉트로어쿠스틱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의 경계에서 발성하는 듯한 사운드의 미묘한 이중성은 음악이 연출하고자 하는 고유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에 최적화되었다는 인상이고, 러스티 하게 진동하는 듯한 거친 텍스쳐는 긴장과 불안은 물론 극적인 효과까지 더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운드의 톤과 텍스쳐의 매력에 더해 개별 곡들에서 보여주는 극적인 내러티브는 마치 영화적인 긴장을 떠올리게 하여 더욱 강한 인상을 부여한다. 복합적인 선율들을 레이어링하고 그 위에 세밀한 효과를 얹으며 진행과 디테일을 구성하는 방식은 마치 기존의 영화 음악의 문법과 닮았다고 느끼게 하기도 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는 서스펜스나 스릴러를 연상하기도 하여, 극적인 긴장을 지속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앨범은 다크 앰비언트와도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무거운 애트모스피어를 지속하며 긴장을 축적하는 방식과는 달리, 그 안에 여러 개의 복합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더해 일련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번 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단순한 구성의 진행에서조차 마치 폭풍 직전에 요동치는 대기를 닮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무거우면서도 움직임이 가득한 음악을 들려준다.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