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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ailcloth - Woodcut (Lost Tribe Sound, 2021)

미국 베이시스트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Alex Luquet의 솔로 프로젝트 Sailcloth의 앨범. 몇 해 전, 4트랙 카세트 리코더로 녹음한 Close Keeping (2018)라는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인 이후 오랜만에 발매한 신작이다. 전작에서는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의 내밀한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업라이트 베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표현 가능한 다양한 장르적 특성들을 반영하고 있다. 음악적 애트모스피어를 강조하는 앰비언트적인 접근 속에서도 연주 악기 중심의 멜로디에 대한 흔적을 부각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특징들이 은연중에 드러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이나 모던 클래시컬은 물론 포크, 클래식, 때로는 가벼운 팝의 느낌까지, 하나의 곡에서 다면화된 형태로 나타나기보다는 개별 곡의 특징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곡의 성격에 맞는 여러 게스트들의 다양한 악기와의 공간 공유를 시도하고 있어 더욱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베이스라는 악기가 지닌 풍부한 질감과 다양한 사운드와의 관계는 물론 여러 음악적 형식을 통해 표출하려는 듯한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업라이트 베이스가 발생하는 여러 사운드들은 각자 고유한 뉘앙스를 지닐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음악적 느낌을 전달하고 있어, 듣는 입장에서는 악기의 여러 표정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어 나름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일렉트로닉에 대한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전자 음향의 공간적 배음 속에서 어쿠스틱 악기가 활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베이스를 통해 전자 음악 특유의 여러 효과들을 재현하려는 듯한 시도 또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열악한 녹음 환경이 고스란히 반영된 주변 소음이 미세하게 깔리기도 하는데, 때로는 이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필드 리코딩을 레이어링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순간은 물론, 특정 트랙 일부 음역에서 사운드가 찌그러지는 등 소소한 음향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악기에 대한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