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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asha Vinogradova & Alina Anufrienko - Oko (Hidden Harmony, 2021)

Sasha Vinogradova, Alina Anufrienko, Hidden Harmony,

러시아 보컬리스트 겸 사운드 아티스트 Sasha Vinogradova와 첼리스트 겸 작곡가 Alina Anufrienko의 앨범.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이들 낯선 두 뮤지션의 음악은 신비감과 더불어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그 어떤 부족함도 없다. 민속 음악, 클래식,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등의 요소들이 유기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Penguin Cafe의 음악이 연상되기도 하는 동시에,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러시아 어로 전달되는 보컬의 메시지는 때로 주술적인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여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복합적이지만 하나하나 모두 고전적인 장르적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현대적인 감각의 진행 속에서 재현하고 있어 마치 시간과 공간이 뒤틀린 가상의 현실을 경험하는 듯한 몽환을 느끼게 한다. 사운드는 다층적인 레이어를 이루는 동시에 서로 상이한 공간적 위상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음악을 몽환적인 동화처럼 들리도록 하는데,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개별 라인들이 나름의 규칙성과 정합성을 보이며 미묘한 중첩을 이루는 과정 자체는 마치 일련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집요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앨범은 "Intro"로 시작해 "Outro"로 마무리하고 있으며 그사이에 다섯 개의 테마를 배치함으로써 내러티브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Silent Birds", "Pigeon Language", "I Love", "Snow", "Lighthouse"로 이어지는 진행은, 제목이 암시하는 제목이 암시하는 상징적이면서도 함축적인 메시지를 애써 이해하고 해석하지 않더라도 연주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고 몰입하게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앨범 도입에 허밍과 같은 사샤의 보이스가 나오고 이후 일부 곡에서 그녀의 보컬이 등장하는데, 그 뜻을 정확히 해석한다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조금 더 분명하게 접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단지 현대에서는 해석이 불가능한 태고의 음성 기호나 사운드의 일부라고 생각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어가기에는 전혀 답답함이 없다. 그만큼 사운드의 구성과 음악적 진행을 통해 완성한 내러티브가 훌륭하다는 말도 가능할 듯싶다. 거대한 캔버스에 소리로 이미지를 완성한 듯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