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4인조 재즈 그룹 Satoyama의 앨범. 2013년, 경계 음악 혹은 경계의 음악을 표방하며 기타 Christian Russano, 트럼펫/키보드 Luca Benedetto, 베이스 Marco Bellafiore, 드럼 Gabriele Luttino 등이 모여 결성한 사토야마는 북유럽 재즈, 현대 음악, 일렉트로닉, 록 등 여러 장르의 특징들을 혼합한 독특한 양식을 선보이며 주목받는다. 이들의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과 생태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사회적 신념을 위한 직접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는 프로파간다를 수행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활용하는 다양한 장르적 표현은 차츰 분화는 동시에, 그 경계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많은 진화를 이루게 된다. 초기에는 비교적 우리가 흔히 연상할 수 있는 장르 접합의 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련의 클리세를 떠올리게 했다면, 쿼텟은 보다 세분화된 장르적 표현을 활용하면서 여러 음악적 경계를 오가며, 어느 하나의 양식으로 특정하기 힘든 다면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된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쿼텟의 이와 같은 독특한 접근이 인상적인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여러 장르가 지닌 고유한 표현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직설적인 방식으로 서로 대질시키고, 이를 통해 독특한 텐션을 유도하는 전략은, 그 경계를 무효화하거나 확장하는 기존의 여러 시도와는 다른 접근이다. 특히 장르 내에서의 다양한 유형적 양식마저 세분화하고 있어, 서로 다른 음악적 특징이 대면하는 과정과 방식 또한 다양하며, 이들의 음악이 지닌 다면적인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부각되는 모습이다. 클라즈마를 연상하게 하는 테마를 이용한 진행 속에서 실험적인 구성을 지닌 일렉트로닉을 활용하거나, 앰비언트의 플로우 속에서 재즈 베이스의 솔로를 전개하는가 하면, 신서사이저의 스텝 시퀀싱을 배경으로 록의 프레이즈를 펼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구성은 그 진행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대질을 통해 극적인 전환을 이루기도 하는데, 일렉트로닉의 표현이 우위를 점하던 공간이 클래식적인 양식의 공간으로 전위되는 식으로, 하나의 곡에서도 극적인 느낌은 물론 복합적인 다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적 모티브를 하나의 공간 안에서 배열하고 이를 온전한 음악적인 표현으로 완성하는 방식에서, 쿼텟은 놀라운 창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각의 사운드가 지닌 개별적 특징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는데, 장르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강한 상징성을 지닌 각 악기의 소리는 전체 공간 속에서도 비교적 명료하게 부각되며, 미묘한 라인 구성의 변화나 일렉트로닉의 섬세한 엔벨로프의 변화조차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을 만큼 무척 선명하다. 위상의 배열이나 믹싱을 통해 이러한 모습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각각의 악기들이 서로에 대해 관조적인 거리를 의도적으로 취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여, 대부분의 연주는 하모니보다는 앙상블 그 자체의 유기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운드가 기능적으로 배열된 듯한 이러한 느낌은, 어쩌면 이번 앨범의 커버나 타이틀에서 암시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고립을 사운드를 통해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면적인 장르적 특성과 이를 반영한 개별 사운드의 선명성을 활용한 유기적인 앙상블은,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쿼텟만의 창의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할 듯싶다. 이와 같은 다면성을 활용한 독특한 접근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음악 그 자체가 전하는 독특한 느낌이 무척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데, 마치 가사 없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드라마틱 한 전개와 분위기는 쿼텟의 진가를 경험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지막 “Niue”의 연주가 끝나고 긴 여백 끝에 6:10 지날 무렵부터 시작하는 히든 트랙의 기타 솔로는 뜻밖의 선물과도 같다.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