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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aycet - Layers (Météores, 2021)

Saycet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Pierre Lefeuvre의 앨범. 오늘날 유럽 전자음악의 예술 및 대중적 영향력과 관련해 과연 피에르의 존재를 우회해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00년대 중반에 데뷔해 세계 각국의 투어를 통해 인지도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수들을 위한 제작자로서의 작업은 물론 영화나 광고와 같은 분야에서도 그의 입지는 음악적 역량과 더불어 차츰 진화를 거듭한다. 유명 패션 위크에서 그의 음악은 주요 레퍼토리로 활용되기도 하고 Centre Pompidou의 큐레이팅을 위한 요소로 피에르의 작업이 등장하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예술적 가치 또한 인정받고 있다. 실제 피에르는 뛰어난 기타와 피아노 연주 실력을 바탕에 둔 연주자이면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경험을 지닌 테크니션이며, 무엇보다 음악적 창의에도 독창적인 영감을 지닌 작곡가이기도 하다. OST 작업을 제외하면 이번 앨범은 Mirage (2015)와 그 파생인 Mirage Extended (2015)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규 풀타임 리코딩으로 작년 말부터 여러 편의 싱글과 그 리믹스 등을 통해 예고되었던 작업의 결실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을 Phoene Somsavath과의 부분적인 협업을 염두에 두고 완성된 전작과 비교하기에는 둘 사이의 성격이 워낙 다르므로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본적인 사운드의 캐릭터에 있다. 물론 전작과 유사한 감각적인 사운드와 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련한 감성을 불러일으킬 딱 그만큼의 정교한 밀도로 컴프레싱 된 음향을 통해 정서적 자극을 이루는 모습이나, 마치 피부 기관을 통해 전해지는 듯한 생생한 텍스쳐를 이용해 연출되는 감각적인 텐션 등은 앨범 발매 이후 며칠 동안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매번 소름 돋는 쾌감을 느끼게 할 만큼 훌륭하다. 이는 피아노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무척 단순한 레이어의 구성을 지닌 "Murmuration"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이 곡에서는 피에르의 감성적이면서도 정서를 응축해 표출하는 인상적인 곡 전개 능력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피에르의 매력 중 하나는 인상적인 멜로디와 그 진행에서의 극적인 전개가 아닐까 싶은데, 이는 다분히 대중음악 제작의 경험이 바탕이 된 반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풍부한 아이디어는 사운드를 통해 구현되고 편곡과 결합한 극적인 내러티브는 오늘날 전자음악에서 왜 피에르가 지닌 위상을 증명하는 듯하다.

 

20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