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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ecret of Elements - Monumentum (InFiné, 2017)

 

구 동독 출신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ohann Pätzold의 프로젝트 그룹 SoE의 신보. 2000년대 말 Stefko Kruse와 함께 결성한 초기의 SoE에서는 스테프코가 전자악기를 담당하고 요한은 피아노와 작곡을 담당했지만, 이후 스테프코의 라이브 프로젝트 Turm3가 큰 성공을 거두고 그 활동에 몰두하자 요한이 SoE의 작업들을 이끌게 된다. 비교적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중 Schizophrenia (2014) 발표 직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활동에 매진한다. 비록 이번 신작이 40분의 러닝타임도 채우지 못한 EP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음악적 침묵 끝에 처음 발표하는 앨범 형식의 리코딩이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SoE의 작업은 라이브 외에도 영상과 무대 공연 음악을 포괄하는 광범위함을 보이고 있다. 전자음악이 형성하고 있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생각해 보더라도 SoE가 지닌 독특한 위상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활동 초기에서부터 전통 악기들을 비중 있게 활용하고 있으며 멜로디 라인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다양한 전통 기악에 능숙한 요한 자신의 재능 덕분이기도 하지만 SoE의 결성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된 개인사적인 고통과 갈등이 그의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전자음악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암울하고 심각한 메시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묘한 감정의 동요를 만들어낸다. 이번 앨범 역시 기존 SoE의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자신의 경험을 진지한 서체의 이야기로 전하기라도 하듯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어둡고 침울하다. 전자음악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진행 과정에는 명료한 내러티브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음악적 메시지를 선명하게 표현하기 위한 기악적 체계도 분명하다. 마치 춤을 추기 위해 연주했던 탱고가 피아졸라를 거치면서 실내악적인 규범을 지닌 음악으로 변모했던 것처럼 SoE의 연주 역시 감상을 위한 텍스트로서 부족함이 없다. SoE의 이야기가 비록 낯설더라도 귀 기울여 볼 가치는 충분하다.

 

201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