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재즈 피아니스트 Andrey Shabashev의 앨범. 안드레이는 최근까지 Ivan Habernal Quartet과 Max Clouth Clan의 멤버로 활동했고, Shaba의 타이틀로 자신의 첫 리드 녹음을 완성한다. 베이시스트 Hanns Höhn과 드러머 Benno Sattler가 참여해 트리오로 녹음된 앨범은 전통적인 규범에 충실한 트리오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클래식과 민속적 요소를 더해 색다른 명료함을 특징으로 한다. 클래식적인 요소는 음악 그 자체보다 마치 아키텍처의 구성적 엄밀함을 연상하게 하는 트리오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다분히 경직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들 트리오가 들려주는 명료한 인상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진행 자체는 전통적인 규범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통상적인 인터플레이의 규칙을 클래식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듯한 피아노와 베이스의 대위적 프레이즈를 통해 모던한 인상을 강화한다. 북유럽적인 취향을 반영하고 있지만, 오소독스 한 스텐트에서 기존의 정통적 언어를 바탕에 두고 민속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르딕 재즈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 특히 균일한 BPM의 진행 속에서 7/8이나 11/16 등과 같이 슬라브 음악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박자를 활용해 독특한 그루브를 연출하는 방식은 남미적인 요소를 활용한 브루벡의 접근을 떠올리게 된다. 트리오의 공간을 구성하는 고전적인 규범에서뿐만 아니라, 펜타토닉에 기반을 둔 스케일의 활용은 물론 안드레이의 연주 그 자체가 보여주는 재즈 특유의 싱커페이션이나 기타 기교적인 텐션 등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안드레이가 활용할 수 있는 독창적인 요소들을 연주에 반영하여, 앨범의 타이틀에서 연상할 수 있는 상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어 나름 매력적이다. 키보드나 전자 악기의 여러 효과를 활용해 고전적인 트리오와는 다른 색다른 형상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이용해 확장된 표현을 시도한다기보다는 부분적인 음악적 장치로 구성하는 일상적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운드의 활용을 통해 색다른 표현의 디테일을 구현하는 등 충분한 진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이후의 작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연주에 내재화할 것인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