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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hida Shahabi - Living Circle (FatCat, 2023)

 

스웨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hida Shahabi의 앨범.

 

1989년 예테보리에서 이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시다는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에서는 순수미술을 전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졸업 후 현지의 뮤지션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하며, 미술, 영화, 무용, 공연 등을 위한 작곡을 했고, 그녀의 재능을 눈여겨본 음악 관계자들의 후원으로 Homes (2018)를 발표하며 본격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펠트한 톤으로 조율한 온화한 피아노 사운드를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애틋한 멜로디로 정서적 깊이를 반영한 연주를 통해, 시다는 자신만의 음악적 비전을 갖춘 아티스트로 평가되며 주목받게 된다. 데뷔작 발매 이후 여러 뮤지션들과 다양한 무대에서의 공연은 물론, 여러 분야에 걸친 작곡 활동 또한 꾸준히 지속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넓혀온 것으로 전해지며, 5년 만에 선보인 이번 신작을 통해 시다는 새로운 음악적 성과를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솔로에 바탕을 둔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보다 확장된 음악적 형식을 탐색하고 있다. 더블 베이스 Gus Loxbo, 첼로 Linnea Olsson 등의 현악은 물론 Julia Ringdal, Sara Parkman, Nina Kinert 등이 보이스의 레이어를 더하고 있어, 전작과는 다른 복합적인 구성 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엔지니어 Francesco Donadello의 참여로 이와 같은 공간을 총체화하여 안정적인 음악적 완성을 이루고 있다. 피아노 중심의 구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확장적인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기존 멜로디 중심의 진행과는 다른 음악적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다. 현악의 라인을 활용해 드론 혹은 사운드스케이프 등과 같은 다양한 앰비언스의 연출하고, 일렉트로닉의 사운드와 효과의 활용은 물론 보이스의 레이어가 지닌 기악적 특성을 응용해 공간의 구성을 다면화하는 복합적인 시도는 전작과 전혀 다른 음악적 특징을 이룬다.

 

여러 사운드의 점층과 응집을 통해 완성한 유기적인 공간이 스스로 부유하며 형상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듯한 점진적 변화는 인상적이다. 화려함보다는 내밀함을 응축하며 공간의 밀도를 채워가는 점층적인 플로우를 보여주며, 극적인 폭의 변화보다는 서서히 침전을 이루는 듯한, 다양한 요소들의 축적을 이어가는 라이너한 점진적인 흐름을 담고 있다. 응집성을 지닌 공간 구성의 경우 때로는 일련의 코드를 중심으로 반복을 이루는 흐름을 바탕에 두기도 하며, 그 위에서 펼쳐지는 기악적인 라인은 즉흥적인 모티브에 기반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하여, 마치 의식이 부유하는 듯한 신비감과 몽환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복합성과 더불어 이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의 변화에도 주목하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일렉트로닉의 패드는 현악적 캐릭터를 기반으로 완성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 사운드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현의 떨림임을 묘사했다는 인상을 줄 만큼, 앨범 전체에서 보여주는 사운드 큐레이팅은 나름의 일관된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 현악과 전자 음향의 배음을 통해 공간을 형상화하는 순간에 극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대위적인 대비를 통해 풍부한 뉘앙스를 연출하기도 한다. 레이어링된 다양한 소스들이 지닌 유착과 친밀감은 매우 유기적인데, 서로 유사한 사운드의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대위적인 관계에서의 다양한 텐션 또한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내밀함 안에서의 긴장도 함께 포착하는 절묘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구조화된 체계 안에서 일련의 레이어들이 서로의 연관 속에서 음악적 구성을 이루고 있지만, 강박이나 경직의 형태가 아닌, 소리 그 자체의 자연스러운 발현처럼 전달되고 있다. 긴밀하면서도 유연한 흐름을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는 여유롭고 풍부한 깊이로 전달되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이 산란하는 듯한 사운드의 이미지는 서정과 긴장을 동시에 포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험하는 정서적 미묘함이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