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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hinya Fukumori Trio - For 2 Akis (ECM, 2018)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 드러머 후쿠모리 신야의 트리오 데뷔작. 2010년대 초 버클리 졸업 이후 자신의 음악적 지향과 잘 맞는 유럽으로 이주를 꿈꾸며 일본으로 돌아온 신야는 ECM 본사가 있는 뮌헨에서의 활동을 대비하며 이 앨범의 기본적인 모티브가 되는 여러 곡들을 준비한다. 신야는 오사카에 공연 온 독일 피아니스트 Walter Lang을 찾아가 만났고, 이후 뮌헨에서 발터와 친분이 있던 프랑스 색소폰 연주자 Matthieu Bordenave와 교류하면서 트리오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2015년 말 일본 무대에서 첫 공연을 펼친 트리오는 2017년 초 프랑스 Studios La Buissonne에서 자신들의 첫 앨범을 녹음하면서 세 명 모두 ECM에 동반 입성하게 된다. 이 앨범의 주요 레퍼토리는 일본의 민요와 가요들로, 서양의 영향으로 일본 문화가 격변을 일으키던 쇼와 초기의 음악에서 패망 이후 유행했던 가요는 물론 한신 대지진 직후 널리 불렸던 "満月の夕"("Mangetsu No Yube")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시절 일본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이다. 근대 서양음악의 영향을 무시하기 힘든 쇼와 가요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펜타토닉 메이저의 요나누키 음계가 재즈의 스케일에 중첩되며 만드는 묘한 대칭과 조화는 서양인들의 시선에 이국적이고 신비롭게 비치기에 충분할 것이다. 앨범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리더로서의 신야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물론 디렉팅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개입도 생각해볼 수 있고 앨범의 기본적인 콘셉트를 제공했지만, 트리오라는 공간의 구성에서 거의 모든 공간을 색소폰과 피아노에게 개방하고 있다는 점은 독특하다. 심벌스에 의해 묘사되는 상상 가득한 이미지와 멜로디 공간에서 진행되는 라인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역할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매튜와 발터에게 부여된 자율성에 의지해 원곡에 대한 개방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 신야의 음악적 전략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자율성 안에서의 신중함이 만드는 차분한 긴장과 더불어, 신야 자신이 원했던 좀 더 부유하는 그 무엇(something more floating)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2018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