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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igur Rós - ÁTTA (Von Dur, 2023)

 

아이슬란드 록 그룹 Sigur Rós의 앨범.

 

Kveikur (2013) 이후 오랜 공백 기간 동안 시구르 로우스에 대해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했다. 밴드에 가해진 탈세와 관련한 정부의 기소는 오랜 공방 끝에 무죄로 종결되었고, 드러머 Orri Páll Dýrason은 성폭행 협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팀을 떠나게 된다. Jón Þór Birgisson (Jónsi)는 “참담한 암흑기였다”고 밝혔고, Georg Hólm (Goggi)는 “천상의 은유를 음악으로 표현했던 밴드가 추악한 소리를 내며 지상에 추락한 것 같았다”는 말로 최근 몇 년을 회상한다. 그리고 작년 초,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키보드와 여러 악기를 담당했던 Kjartan Sveinsson (Kjarri)가 다시 밴드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렇게 3인조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여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슬란드어로 8이라는 뜻을 지닌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시구르 로우스가 첫 앨범을 발표한 지 26년이 지난 여덟 번째 정규 녹음이며, 10년 만에 공개한 신보이다. 욘시는 이번 앨범의 작업과 관련해 “드럼을 최소화”했다고 밝혀, 지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Robert Ames가 지휘하는 41인조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의 광활한 사운드를 더해 “외부보다는 내부를 더 많이 들여다보기” 위한 계기를 삼았고, 궁극적으로는 “통합된 유대감”을 담고자 했다고 밝힌다. 이번 작업은 지난 어두운 공백의 단절과 음악적 유대를 함께 지향하면서, 10년 전 시구르 로우스의 음악이 멈췄던 그 지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해진 광활한 사운드와 차분한 보폭으로 이어지는 조심스러운 진행이지만, 우리가 시구르 로우스를 떠올리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대담하면서도 극적인 멜로디와 풍부하면서도 쉽게 부서질 것만 같은 여린 감성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청각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공간의 확장성을 구성하고 있지만, 밴드와의 관계에서 배경과 전경의 이분법과는 다른 안정적인 안착을 이루고 있어, 마치 처음부터 시구르 로우스의 일부를 이루고 있던 요소처럼 작용하고 있다. 복합적인 레이어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기악적 앰비언스는, 밴드의 음악을 더욱 내밀하게 완성하는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어, 이번 앨범에서 담고자 했던 내적 유대감을 더욱 강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10년 전에 외부로 향하던 분노의 에너지는, 이제 포화할 만큼 넓은 사색의 공간에서 내부로 깊이 침전하는 듯한 형상을 완성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염원했던 시구르 로우스의 핵심에 다가서기 위한,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접근이 아닐까 싶은 느낌도 갖게 된다.

 

복합적인 사운드의 레이어를 통해 조화와 균형은 물론 불협과 균열도 동시에 표현하고 있어, 앨범은 하나의 단일한 정서와 감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이 모든 미묘한 차이들이 일련의 균일한 분위기에 수렴한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평온한 상태에서 과거의 다양한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다분히 회고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전히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가사이지만,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만큼은 시구르 로우스의 보편적인 언어를 통해 온전히 전달되는 미묘한 경험은, 이번 앨범에서도 큰 힘을 발휘한다. 욘시의 보컬은 중앙에 있지만 전면에 돌출되지 않고 오케스트라 및 밴드와 같은 공간 속에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울리는 듯한 진솔한 보이스와 딕션을 들려준다.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볼륨을 높이면,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소리들도 함께 올라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깊은 울림을 함께 맞이하게 된다. 아름다운 멜로디 속에 동반되는 황량함은 욘시의 목소리를 통해 절제된 감정으로 전해지며, 단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슬픔과 상실, 희망과 연대의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번 앨범에 대해 고지는 "우리의 목적은 음악이지만, 그 주변에는 삶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다뤄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10년 동안 각 멤버들의 개인 작업과 그룹의 여러 재발매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 공백을 대신하기는 늘 항상 부족했기에, 이번 앨범은 그 어떤 이벤트보다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시구르 로우스가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