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 중인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Simon Goff의 앨범. 이번 작업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Vale (2021)을 여러 뮤지션들의 협업으로 재구성해 완성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탁월한 음향 감각과 더불어 오늘날을 대표하는 무수한 작곡가들의 연주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이기도 하며, 영화와 영상은 물론 무대 공연을 위한 다수의 작업에 사이먼의 작곡이 활용되기도 했는데, 어쩌면 지난 앨범의 경우 이와 같은 그의 다면성을 모두 포괄하기보다는 선택적 집중의 결과에 의해 완성된 집요함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리워크는 사이먼의 음악이 지닌 확장성과 더불어 오늘날의 현대 작곡 분야에서 그의 위상을 참고할 수 있는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총 9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앨범에는 5편의 리워크, 1편의 리믹스, 그리고 사이먼이 공동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Voxton Studio에서 녹음된 2개의 라이브 버전을 담고 있다. 이 작업에는 EERA, Lisa Morgenstern, Ben Lukas Boysen, Daniel Brandt, Midori Hirano, Machinefabriek 등 오늘날 해당 장르의 성과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어, 각자 자신의 음악적 언어와 표현을 원곡을 통해 반영하게 된다. 리워크라는 작업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관련 곡들은 오리지널을 단순히 샘플링하거나 발췌해 활용하는 방식을 넘어서, 근본적인 구성 자체를 해체하고 이를 뮤지션 각자의 음악적 포지션에 따라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때문에 아날로그와 일렉트로닉 사이의 연관과 인터페이스의 긴장을 다룬 원문은 전혀 다른 장르적 맥락 속에서 배열을 이루게 되고, 테마를 이루는 기본적인 멜로디의 속성조차 새롭게 다뤄지는 레디컬 한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경우에 따라 오리지널이 제공하는 음악적 모티브를 활용해 새로운 작곡과 창작을 이어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만큼 사이먼은 해당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창의적 발상을 활용해 자신의 음악적 결과물들이 어떻게 분화하고 새로운 양식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앨범에 담고자 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각각의 뮤지션들이 지닌 음악적 편차는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그 창의적 형식 또한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 스튜디오 라이브에서 보여준 음악적 확장은 원곡의 의미에 조금은 더 근접한 해석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지만, 재구성을 통해 확장된 형식을 사이먼이 어떻게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자기의 공간 속에 배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어, 어쩌면 앨범 전체의 핵심을 요약하는 트랙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재구성에 참여한 뮤지션 각자의 방식으로 원곡이 지닌 숨은 의미를 들춰내는 듯한 작업은 물론, 원작자의 음악적 전망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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