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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inikka Langeland - Wind And Sun (ECM, 2023)

 

노르웨이 보컬리스트 겸 연주자 Sinikka Langeland의 앨범.

 

1961년생인 시니카는, 현대 민요를 공부했고 보컬은 물론 칸텔레와 같은 민속 현악기를 연주하며 자신만의 고풍스러운 음악적 세계를 완성한 뮤지션이다. 민속이라는 테마는 물론 인간과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음악이 지닌 현재성을 이어오고 있으며, 재즈와 클래식 등의 여러 장르를 포괄하며 음악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트럼펫 Mathias Eick, 색소폰 Trygve Seim, 베이스 Mats Eilertsen, 드럼 Thomas Strønen 등, 레이블은 물론 북유럽을 대표하는 노르웨이의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녹음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작품이 지닌 의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르웨이의 중요한 현대 작가 중 한 명인 Jon Fosse의 글을 가사로 인용하여 시니카가 작곡을 완성하고 있어, 그녀가 평소 다루었던 민속성과 자연주의에 대한 음악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시니카의 보컬은 정교하고 세밀한 음의 피치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듯하고, 호흡 또한 간결하여, 일반적인 통념에서 말하는 가창력을 기준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연륜이 묻어 있으며, 삶과 일상을 진솔한 감정에 담아 정갈하게 전달하는 호흡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음악적이고 고유한 미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과장 없이 진솔하지만, 힘과 여유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긴장과 여유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어, 그 표현은 무척 풍부하며, 때로는 강한 신념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컬은 가사를 통해 곡이 지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연주가 지닌 고유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음악이 지닌 민속성을 비롯한 다양한 특징을 자연스럽게 부각하기도 한다. 때로는 농밀함을 연출하는가 하면, 신비감을 지닌 표현을 통해 곡을 리드하는 등,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시니카의 목소리가 지닌 관조적인 분위기는 앨범 전체를 하나의 고유한 색감으로 엮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주 악기의 기악적 공간을 넓게 활용하여, 단순한 보컬 중심의 진행이 아닌, 둘 사이의 역할과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통합적인 음악의 흐름을 완성한다. 보컬은 자신만의 사운드 공간을 구축하며, 연주 공간과의 유기적인 정합성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하여, 통상적인 기능과 역할의 구분에 머물지 않는 안정적인 통합을 완성한다. 특히 관조적이면서도 진솔함을 담은 시니카의 톤은 여러 기악적 표현과의 관계에서 균형과 조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여, 그녀의 목소리가 개입하지 않은 연주 공간에서도 그 호흡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개별 공간의 자율성보다는 전체 앙상블의 안정적인 흐름에 우위를 두고 있어, 기악적 플로우가 지닌 정합적인 연주의 완성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시니카의 공간이 지닌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 구성원들 각자 밴드 리더로서의 기량을 갖춘 정상급 뮤지션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곡과 앨범의 의도에 충실한 재현을 선보이며, 시니카의 호흡을 자신의 연주에 충실히 담아내려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시니카의 6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콘서트를 위해 결성된 밴드인 만큼,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적 재현은 마치 그녀의 삶과 일상을 축복하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녀가 다양한 양식의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 작업만큼 진솔함과 겸허함이 강한 힘과 여유를 지니고 있어, 음악적인 설득력 또한 큰 매력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갈하지만 힘찬 움직임을 포착한, Dag Alveng의 인상적인 커버 아트는 시니카의 음악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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