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보컬리스트 시리 혜레와 피아니스트 토르트 구스타브센의 듀엣 레코딩들. 두 앨범 사이에는 약간의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컨셉트 자체는 동일하다. 구스타브센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시시콜콜 이야기는 필요 없을 듯 하고, 혜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ㅠㅠ 구글링 해봐도 최근까지 꾸준히 자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으니 이 또한 생략. 어떠한 경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여년 전에 이 앨범들의 음원 몇 개가 국내에 돌아다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해외 결재 가능 카드 발급한 인간들도 꽤 됐던 것으로 기억. 음악원 재즈학부 학생 시절에 결성된 이 듀엣(오~ 혹시 CC? ㅎㅎ)은 이후 젊은 노르웨이 뮤지션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첫 앨범을 녹음하게 되었다고 한다. 첫 앨범에서는 17세기 John Donne과 Walter Ralegh의 시에 멜로디를 붙여 곡들을 만들었고 두번째 앨범에서는 Rupert Brooke의 시들이 등장한다. 앨범만 들어본다면 보컬 쪽에 비중이 조금 더 치우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곡과 보컬의 역할 분담이라는 이 팀의 특징을 이해한다면 각자 차지하는 비중은 반띵 정도라고 봐도 될 듯 하다. 이 앨범은 구스타브센이 ECM에서 데뷔 하기 전에 녹음된 것들이다. 때문에 최근 그의 피아노를 기억한다면 이 앨범들 속에서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포근한 사운드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혜레의 보컬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통적 재즈의 발성에서 벗어난, 편안한 부피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 구스타브센의 사색적인 피아노와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첫 앨범의 녹음이 다소 평면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면, 두번째 앨범은 보컬과 피아노의 전후 음장의 위치가 보다 명료하다.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기에 딱 좋은 음반들이다 (그래서 이 감상기록도 이따구로 생각 없이 썼다).
20140220